헬스인들이 탄수화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운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인 동시에 지방과 함께 다이어트에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운동수행능력이 떨어지고 근 손실까지 일어나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 이 까다로운 녀석에 대해 알아보자.
매끼 먹어야 하는 탄수화물, 특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더 꼼꼼하게 따져 섭취해야 하는 이유는 탄수화물이 다이어트 등 단순 열량 측면 말고도 운동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글리코겐 형태로 근육에 저장되어 에너지로 쓰이는데, 저장량이 많을수록 운동능력이 향상된다. 웨이트트레이닝 같은 무산소운동이나 마라톤 등 장기 유산소운동 모두에 적용된다. 실제로 몸속 탄수화물 저장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탄수화물 로딩법은 운동능력을 향상할 목적으로 마라톤 같은 경기 종목에서 먼저 쓰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운동능력을 향상하면서도 체지방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는 탄수화물 섭취 방법이 있을까?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원
탄수화물은 3대 영양소 중에서도 우리 몸의 주 에너지원이다. 대사 속도가 빠르고 인체 곳곳에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탄수화 물과 함께 지방도 에너지원으로 쓰이지만 지방은 장시간 유산소운동을 하는 등 특정 상황에서 주로 소비된다. 반면 탄수화물은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이면서 무산소·유산소 운동 등 거의 모든 에너지 시스템에 사용 된다. 이러한 인체 에너지 시스템의 특성으 로 인해 우리 몸은 혈당 농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쓰임에 비해 우리 몸에서 탄수화물을 저장하는 공간은 많지 않다. 주로 근육과 간에 다양한 형태로 저장되는데, 그 양을 칼로리로 환산하면 성인 기준 약 1,500~2,000㎉로, 하루 정도 굶으면 고갈되는 양이다. 즉, 적절한 양을 주 기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탄수화물의 종류
지방,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탄수화물 역시 종류가 많고, 종류에 따라 인체에서 다양한 반응을 일으킨다. 탄수화물은 결합 구조에 따라 크게 단당류, 이당류, 다당류로 나뉜다. 단당류는 가수분해로는 더 분해되지 않는 당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대표적으로 포도당, 과당이 있으며 음식으로는 꿀이 있다. 특히 포도당은 분해할 필요가 없어 빠르게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당류는 단당류 분자 2개가 결합한 탄수화물을 이르는 말로, 대표적으로 설탕과 엿당, 유당(우유) 등이 있다. 다당류는 단당류 분자가 연속적으로 결합한 것으로, 복합탄수화물이라고도 불린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쌀 등에 있는 녹말과 채소에 있는 셀룰로스가 다당류에 속하며,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탄수화물에 대한 한 가지 오해를 짚고 넘어가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단당류일수록 혈당지수인 GI지수가 높고 다당류일수록 GI지수가 낮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맞는 말이지만 모든 탄수화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복합탄수화물인 옥수수 녹말은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빠르게 높여 GI지수가 높은 반면, 과당은 단당류이지만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급격하게 높이지 않는다. 근육으로 바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간을 거쳐가는 과당의 대사 경로 때문이다. 실제 과당의 GI지수도 16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GI지수와 인슐린
탄수화물이 인체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에서 탄수화물-인슐린 모형은 상당히 중요하다. 인슐린은 혈당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다시 낮춰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은 혈중 포도당을 여러 형태로 간과 근육에 저장하고,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과정을 돕는다. 또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며 과잉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기도 한다. 지방을 축적하는 역할 때문에 간혹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데, 이는 인과관계가 잘못된 얘기다. 애초에 비만의 원인은 과잉 섭취한 에너지이고, 인슐린은 쓰고 남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역할만 맡았을 뿐이다. 하지만 인슐린이 자주 분비되면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인슐린이 자주 분비되면 우리 몸은 지방을 잘 분해할 수 없을 뿐더러 지방 합성이 빨라지는 체질이 된다. 또 인슐린에 대한 세포 반응이 둔해져 인슐린 분비 기능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혈당이 올라가도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현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커졌다고 표현한다. 이를 당뇨병이라고 하며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단 음료 등을 자주 먹는 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운동, 탄수화물 그리고 인슐린
단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습관이라면, 반대로 세포가 인슐린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습관도 있다. 바로 운동이다. 운동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강도에 속하는 웨이트트레이닝 직후에는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져 세포가 인슐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운동 직후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이 높아지고 그에 인슐린이 민감하게 반응해 세포에 영양이 빠르게 공급된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지방 축적이 아니라 인슐린의 또 다른 기능인 포도당 공급과 단백질 합성에 주목해 보자. 탄수화물-인슐린 모형은 운동으로 인해 손상된 근육세포에 빠르게 영양을 공급하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근육 회복을 돕는다.

평소엔 복합, 운동 전후엔 단당
이제 앞서 말한 내용을 바탕으로 탄수화물 섭취 방법을 정리해보자. 평상시에는 지방 축적을 피하기 위해 단 음료를 자주 먹는 습관을 버리고 각 끼니에는 소화가 느린 복합탄수화물을 지방, 단백질과 함께 섭취해 혈당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와 반대로 운동 전후엔 흡수 속도가 빠른 탄수화물(단당류)을 섭취해주면 운동능력 향상과 더불어 단백질 합성, 근육 회복에 도움이 된다. 덧붙이자면 운동 전에는 식이섬유나 기타 영양소가 들어 있지 않은 탄수화물 섭취를 추천한다. 소화 부담이 있는 음식을 먹으면 근육으로 가야 할 혈액이 소화기관으로 몰려 펌핑감이 줄고 운동 퍼포먼스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이 끝난 후에 흡수 빠른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섞인 셰이크 를 먹는다면 당신의 근 성장에 한층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잠들기 2시간 전에는 탄수화물은 물론 음식 섭취를 피하자. 이는 수면의 질을 떨어트려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지방을 태 우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도록 하자.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탄수화물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