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남성 R씨는 지인들과 함께 강원도에 있는 캠핑장을 찾았다. 차가운 계곡물이 발목을 간지럽히는 찰나, 미끄러운 바위를 잘못 딛었는지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었다. 가까스로 손을 뻗어 완전히 넘어지진 않았지만, 일어나 보니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제멋대로 휘어 있었다. 깜짝 놀라 반대쪽 손으로 손가락을 잡아당기니, 쑥 하는 느낌과 함께 휜 손가락이 제자리로 들어갔다. 힘이 빠지긴 했지만, 손가락은 다행히 잘 움직였다. 캠핑을 하는 동안 별일이 없길 바랐지만, 손가락이 점점 부어올라 주말 내내 신경이 쓰였다. 이후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 촬영을 했는데, 뼈에 금이 갔다며 보조기를 착용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잘 고정됐는지 통증은 심하지 않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손가락 부기가 가라앉지 않아 걱정이 됐다.

쉼 없이 움직이는 손가락의 중요성 손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시간까지 쉴 새 없이 사용하는 부위며, 손가락 끝부터 손목까지 뼈 27개가 크고 작은 근육과 힘줄, 인대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크기가 작고 약하기 때문에 충격에 가장 취약하고 항상 노출되어 있으며 쓰임이 많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다칠 위험이 높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손가락이지만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통증이 있으면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상 이후에 잘 대처하지 못해 반영구적 또는 영구적으로 기능이 손상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나는 손가락 부상에 대해 살펴보고, 올바른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연령대별 다른 이유로 생기는 손의 골절 양상 손에 생기는 골절은 매우 흔한 골격 부상 중 하나로 연령대별 부상 양상이 미묘하게 다르다. 젊은 연령대는 스포츠 관련 활동을 하다가, 중년 이후에는 일상생활이나 업무 관련 부상을 입기 쉽고, 고령 환자는 낙상이나 충돌로 인해 주로 발생하는 편이다. 손가락은 두 개의 마디뼈가 있는 엄지손가락을 제외하고, 끝마디뼈, 중간마디뼈, 첫마디뼈 등 세 개의 마디뼈로 이뤄져 있다. 그중 끝마디뼈는 손에서 가장 흔하게 골절되는 부위며 손가락과 손목 사이에는 중수골(손허리뼈) 다섯 개가 있다. 젊은 성인 남성의 상당수에서 다섯 번째 중수골 골절이 발생하며, 주로 주먹을 쥐고 심하게 접촉했을 때 발생하는 일이 많다. 견열골절은 힘줄이나 인대가 강하게 붙어 있는 부위가 원래의 위치에서 떨어지면서 발생한다. 힘줄 또는 인대가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기 때문에 손가락이 변형되거나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된다.
손가락 골절의 종류
끝마디뼈 골절
손가락 끝마디뼈에 생기는 골절은 주로 충격에 의해서 발생한다. 이런 충격은 뼈뿐만 아니라 살과 같은 연부조직에도 손상을 주므로, 부기가 심한 경우에는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다. 손가락 끝에는 아주 작은 모세혈관과 신경이 있기 때문에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통증이 심하고, 회복에도 지장이 있다. 또 손톱이 빠질 수 있으므로, 손톱 부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빠른 시일 내에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끝마디뼈 골절은 비수술적 치료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서 골절(Boxer’s fracture) 복서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Boxer’s fracture’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골절은 다섯 번째 중수골 경부에 발생한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대부분 벽을 세게 쳐서 내원한 경우가 많고, 펀치 기계를 잘못 쳤을 때도 흔히 발생한다. 다섯 번째 중수골은 손바닥에서 가장 움직임이 많고, 손날에 위치해 충격을 많이 받지만 그만큼 변형에도 유연한 편이다. 따라서 일정 기간 잘 고정해주면 대부분 수술을 하지 않고도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골절로 인해 손가락 길이가 짧아지거나 전위가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견열골절(Avulsion fracture) 견열골절은 손가락 골절 중에 흔한 형태다. 강한 충격이나 비틀어지는 힘에 의해 인대나 힘줄이 뼈에 붙은 채 떨어지는 골절이다. 손가락을 굽혀주는 힘줄이나 펴주는 힘줄, 손가락 측면, 손바닥, 손등 쪽에 붙어 있는 인대 등 다양한 부위에 생길 수 있다. 기능적인 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골성 망치 손가락 변형(bony mallet finger deformity)’이다. 스포츠 활동 중에 발생하기 쉽고, 일상생활에서도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벽이나 문에 순간적으로 부딪히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손가락을 펴는 힘줄이 골절과 함께 끝마디뼈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고 구부러져 형태가 망치를 연상케 한다. 반대로, 손바닥 쪽 인대 부착 부위가 떨어져 생기는 견열골절은 주로 근위지간관절(PIP joint)에 생기며, 이와 같은 형태를 ‘수장판견열골절(volar plate avulsion fracture)’이라고 한다. 대부분 손가락이 뒤로 세게 꺾이는 힘에 의해 발생한다. 지간관절이 완전 탈구됐을 정도로 불안정하지 않고, 관절면의 30% 이하에 생긴 견열골절이라면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행해볼 수 있다.

손가락 골절의 증상과 진단 손가락을 다치면 통증과 함께 쉽게 부어오른다. 손가락은 팔, 다리와 달리 피하지방층과 근육이 얇아 모여드는 체액을 감당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골절 형태에 따라서 손가락을 움직일 수도 있으나, 대개는 부기 때문에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손가락 관절이 탈구되면 제멋대로 꺾인 손가락의 모습을 보고 순간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가 손가락을 맞추고 온다. 하지만 견열골절 또는 인대나 관절막의 손상이 동반되어 마찬가지로 부종과 통증이 이어진다. 손가락 골절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손가락뼈는 작고 쉽게 부러질 수 있기 때문에 골절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하며, 얼마나 다쳤는지 모른 상태에서 자꾸 움직이면 골절의 전위가 악화되거나 부기가 심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손가락 골절을 진단할 때는 부상 매커니즘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 문진을 철저하게 진행한다. MRI는 인대나 힘줄 이외에도 종양 등을 감별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병력을 충분히 청취했다면 대부분 엑스레이만으로도 손가락 골절은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

손가락 골절의 치료 방법 손가락 골절은 대부분 비수술적인 치료가 가능하고, 우선돼야 한다. 초기에는 부기를 빼기 위해서 계속 냉찜질하고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부기가 잘 빠지지 않으면 강력한 소염제인 스테로이드나 부기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는 히알우로니다제와 같은 약물이나 주사를 쓰기도 한다. 골절 부위에 따라 깁스나 보조기 등을 이용해 고정하는데, 어느 정도 뼈의 구조적 안정성이 얻어졌다고 판단되면 스트레칭으로 손가락 관절 운동을 시작한다. 어떠한 고정 방법으로도 골절 부위의 불안정성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각 변형이나 길이 변형이 심한 경우에도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는데, 이때는 개별적인 손가락 마디뼈나 관절의 위치에 따라서 허용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수다. 이 밖에도 심한 상처가 있는 개방형 골절이나 손톱 손상이 심각한 경우에도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절개 범위나 수술시간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특히 관절에 가까울수록 더 주의해야 한다. 손가락은 아주 미세한 혈관과 신경, 힘줄과 인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유착이 생기면 바로 기능상의 치명적인 문제와 결부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관절이나 뼈와 달리 고정할 때 유독 가느다란 핀을 많이 이용하며, 최소한의 조직 손상으로 뼈를 고정하는 K-강선(K-wire)을 이용한 핀 삽입술은 손가락 골절 치료의 백미다.

손가락 골절의 합병증과 예방 강직은 손가락 골절의 합병증 중 가장 흔하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으로 손가락을 굽히지 못할 수 있다. 특히 다른 관절에 비해 탈구가 가장 흔한 근위지간관절은 유독 부기와 강직이 쉽게 발생하며, 만약 손상으로 부었다면 즉시 진료받는 것을 추천한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치료의 핵심은 적절한 고정 기간과 빠른 재활이다. 이는 수술과 비수술에 모두 해당된다. 골절을 치료하는 개념에서는 골유합, 즉 뼈를 붙이기 위해선 고정 기간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강직의 문제는 뼈가 붙더라도 중대한 기능상의 문제를 남긴다. 실제로 너무 오랜 기간 고정하거나, 너무 빨리 재활을 시작해 합병증이 남는 경우들도 흔한 편이다.
때로는 강직 부위를 불가피하게 크게 절개해서 힘줄 또는 인대의 구축, 관절막 또는 피막의 유착 등을 해결하는 유착박리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런 합병증을 피하려면 적절한 고정 기간 이후 조기에 재활이 필요하다. 이는 부위나 골절 형태에 따라 다르므로 수부세부 질환에 대한 경험이 많은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신경 손상으로 인한 감각저하나 한랭과민증, 일시적인 골감소증 등의 합병증도 보고되며 대부분 기능적인 회복이 지연될 때 발생 가능성이 높다.

정형외과 전문의 노경한이 추천하는 손가락 골절 재활 운동
급성 골절이라면 재활운동보다 진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는 게 우선이다. 재활운동을 해야 할 시기가 되면 운동 전에 근육, 인대 등 조직을 유연하게 하고 통증을 줄이기 위해 따뜻한 수건, 핫팩으로 온찜질하는 것을 추천한다. 운동 시 통증을 느낄 때까지 수행하는 게 아니라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서서히 진행하면서 가동범위를 넓히고 힘을 키워야 한다.
손가락이 잘 구부러지지 않는 경우 문제가 있는 손가락을 반대편 엄지와 검지, 중지로 지지한 뒤 손가락 관절을 서서히 구부린다.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는 경우 문제가 있는 손의 손바닥을 하늘이 보이게 테이블 위에 올린다. 손을 고정한 채로 손가락을 위로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10~15회 반복한다. 혼자 힘으로 잘 올라가지 않는다면 반대편 손가락을 이용해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까지 손가락 끝을 위로 지그시 밀어 올려준다.


물체를 취기 어려운 경우 문제가 있는 손을 주먹 쥔다. 천천히 쥐었다 펴는 동작을 10~15회 반복한다. 이 외에도 주먹을 쥐고 몇 초 동안 유지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손에 들어오는 부드럽고 말랑한 공이나 수건을 말아 쥐어짜듯이 눌러준 다음 힘을 빼는 동작을 10~15회 반복한다.


물체를 집어 들기가 어려운 경우 문제가 있는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테이블 위에 올린다. 동전, 구슬, 단추, 콩 등 작은 물체를 잡고서 들어 올린다.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집어 드는 연습을 반복한다.


글 노경한(강남본정형외과 대표원장) 정리 이동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