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를 포함한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물에서 헤엄치거나, 땅을 기거나, 네발로 걷는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의 척추는 평생 중력 방향으로 지면을 향해 압력을 받게 된다. 척추뼈는 목과 등, 허리, 엉덩이에 이르기까지 주요 골격을 유지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또 뇌에서부터 사지 끝까지 이어지는 신경 회로의 중심 길인 ‘척수’를 감싸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척추뼈가 움직이게 도와주며 신경이 이동하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추간판’이 손상되면 큰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30대 초반 직장인 H씨는 학창 시절 허리통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허리가 좋지 않다는 생각에 몇 년간 운동에 힘쓰며 좋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 쓰면서 지냈고, 다행히 이후에는 크게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 회사에서 무거운 상자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허리에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고, 오후부터는 허리부터 엉치뼈까지 통증이 더 심해졌다. 급한 대로 한의원을 방문하여 침과 추나요법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이튿날 새벽 극심한 허리통증과 함께 잠에서 깼다. 또 다리에도 찌릿한 통증이 생기면서 힘을 줄 수 없었고,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어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MRI 촬영 후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추간판탈출증이란?>

흔히 ‘디스크’라고도 불리는, 추간판은 척추뼈 사이에 있는 쿠션과 같은 구조물이다. 가운데에는 쫀득한 젤리와 같은 성분인 ‘수핵’이 있고, 이 부위를 ‘섬유륜’이라고 하는 단단한 포장지가 둘러싸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추간판탈출증은 추간판의 섬유륜이 파열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추간판은 성장기가 끝나는 20대 이후에 퇴화가 시작돼 섬유륜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수분과 탄력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퇴행성 변화 자체로는 별다른 증상은 없다. 하지만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 단단한 포장지가 약해지거나, 찢어지면서 내용물인 수핵이 밀려나오게 되면 불편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보고에 따르면, 아래 허리에 통증을 경험하는 확률은 약 70%, 요추 디스크 파열 증상을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경험하는 사람은 약 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크 파열 혹은 디스크 질환이 라고도 하는 추간판 파열은 파열된 정도나 부위, 시기에 따라서도 다양한 모습과 증상으로 나타난다.
<추간판탈출증의 증상>

추간판이 파열되면 디스크가 대개 후방이나 후외방으로 돌출되어 주변 신경에 영향을 미친다. 요추 추간판 파열의 증상은 대표적으로 허리통증과 다리 방사통으로 나타난다. 허리통증은 허리를 숙였을 때 악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허리보다는 골반, 엉덩이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진단을 받은 환자 중 40% 가량은 앉아 있을 때 통증이 악화된다고 호소하는데, 이유는 의자 등받이에서 허리를 떼고 앉는 자세에서 추간판에 전달되는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리로 전해지는 방사통은 허리나 엉덩이에서부터 허벅지, 장딴지 뒤쪽과 종아리 바깥쪽, 발등이나 발바닥까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 한쪽 다리에만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양쪽 다리 모두에 발생하기도 한다.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있으면 추간판탈출증 이외에도 여러 질환을 감별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이나 좌골신경통, 혈관과 관련된 파행, 기타 말초신경계 질환에서도 다리 저림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MRI, 근전도 검사를 진행해 진단할 수 있으며, 반드시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면밀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만일 파열된 추간판이 신경 주변에 염증을 일으키고 심한 압박을 주게 되면, 감각이 저하되거나 근력이 약해진다. 증상이 심하면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도 있으므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아래로 내려가는 신경 중에는 대소변을 볼 때 근육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신경이 있는데, 허리통증이나 하지방사통 없이 배변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추간판탈출증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종종 사람에 따라서 허리통증과 다리 방사통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추가판탈출증이 생기는 원인>
외상성: 매우 강한 외부 충격이 한곳에 집중되어 급성으로 파열이 발생한다.

□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허리가 꺾이거나 비틀어지는 경우 □ 대형 교통사고나 익스트림 스포츠에서와 같이 강력한 가속과 감속으로 척추의 꺾임이 동반되는 경우
비외상성: 대부분 퇴행성 변화로 인하여 조금씩 탄력을 잃고 약해진 디스크가 사소한 동작이나 충격에도 손상된다.

□ 중심을 잡지 못하고 미끄러져 허리를 삐끗했을 때 □ 무거운 물건을 불편한 자세로 들어 올릴 때 □ 장시간 서서 일하거나 평소 좋지 않은 자세가 습관화 되었을 때 □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갑자기 무리한 동작을 할 때 □ 스쿼트나 데드리프트와 같은 운동을 고중량으로 무리해서 시행했을 때
<추간판탈출증의 치료>

추간판탈출증은 거의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호전된다. 추간판탈출증은 디스크가 얼마나 심하게 변형되었는지에 따라 팽윤(Bulging), 돌출(Protrusion), 탈출(Extrusion), 유리(Sequestration) 등 네 가지로 나뉜다. 디스크 파열이라고 진단을 받은 사람 중 대다수는 신경압박이 심하지 않은 팽윤 상태로,허리통증이 한 번씩 나타날 수는 있지만 방사통까지는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 방사통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적절히 휴식을 취하면 호전된다. 무엇보다 추간판탈출증은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신경차단술을 시도한다. 신경차단술은 통증이 유발되는 곳을 C-arm이라는 영상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통증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투입하는 주사이다. 대부분 주사 후에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주사 후에 일시적으로 근력이 약해지더라도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완전히 회복된다. 이 외에도 심한 통증을 완화해주고, 기능적인 회복 및 일상으로의 복귀를 조기에 가능하도록 돕는 경피적 경막 외 신경성형술, 풍선 확장술과 같은 시술이 있다. 국소마취를 하고 꼬리뼈를 통해 가는 관을 삽입해 환부에 약물을 투여하는 시술이며, 널리 시행되는 술기 중 하나다. 만약 6~12주간 보존적 치료를 해도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하지 마비 증상이나 감각 저하, 대소변 장애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추간판이나 인대, 골편 등을 제거하는 척추내시경수술을 받으면 대부분 1~2일 이내에 퇴원해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다.
추간판탈출증 예방법

한번 변성된 디스크는 절대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다. 바른 자세와 적절한 운동, 식습관 관리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척추뿐만 아니라 관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허리통증이 있으면 되도록 허리를 굽히는 동작이나 윗몸일으키기와 같이 숙여서 힘을 주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허리가 안 좋다면 흡연은 절대 금물이다. 담배의 니코틴 성분이 말초 혈관을 수축해 추간판에 영양분과 대사물의 이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글 노경한(강남본정형외과 대표원장) 정리 이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