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아놀드 홍을 단순히 인터넷에서 이름을 알렸고, 방송 프로그램에 여러 번 나온 유명 트레이너라고만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왜 지금의 아놀드 홍이 되기 위해 운동을 해왔는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어 시작했다는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맥스큐>가 전한다.
아놀드 홍
1971년 12월 7일 / 187cm / 93kg
[ 직업 ] TA Global 대표이사
[ 경력 ] - 2006 미스터경기 헤비급 1위 - 2005 미스터고양 그랑프리 - 2002, 2003 춘계선수권대회 헤비급 1위 - 2002 YMCA 헤비급 1위
유명해지기 전에 사연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가? 아버지가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충격으로 우울증을 앓다가 2004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그러면서 나도 우울증에 빠졌고, 뭔가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살이 많이 쪘었는데, 그걸 스스로 극복할 힘이 없었다.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어떻게 이겨냈나? 그래서 2006년부터 UCC를 만들어 내 사연을 소개하고 다시 예전 몸으로 돌아가기 위한 12주간의 여정을 영상에 담아 보여줬다. 반응이 생각 외로 굉장히 좋았다. 그 결과, 내 경험을 재능기부로 바꾸어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의 몸을 무료로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2008년 2월에 시작한 ‘100일간의 약속’ 1기다.
‘100일간의 약속’이란 어떤 프로젝트인가? 2008년부터 시작한 재능기부 프로젝트다. 무료로 진행되며, 참가자들을 모집해 100일간 건강해지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2008년 1기를 시작으로 꾸준하게 진행 중이다.
유료로 했으면 큰돈을 벌었을 텐데, 무료로 진행한 이유가 있는가? 그렇다.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를 내가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엔 나이가 많으신 분이나 가장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께 뭔가 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무료로 진행하는 재능기부라는 방식을 택했고, 이 부분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부모님을 돌보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래서 100일간의 약속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싶다.

종교가 있다고 들었다. 난 크리스천이다. 그래서 내 계획의 많은 부분에 종교적인 부분을 반영했다. 나는 내 건강을 지키고 다른 이들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내 ‘달란트(재능)’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가진 재능을 사람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료로 진행해서 힘든 적은 없었나? 프로젝트 초기에는 협찬을 받지 못해서 내 개인 돈이 많이 들어갔다. 최근에는 내 센터가 생기면서 금전적으로 좀 자유로워졌지만, 모든 참여자를 한곳에 모으기가 힘들다. 초반에는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참여자들이 근처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센터에 자비로 등록해줬다. 처음 100일간의 약속이 끝났을 때는 촬영도 협찬을 받지 못해서 프로필 촬영 비용도 내가 개인적으로 지불했다. 하하.
재능기부 프로젝트의 롤모델이 있는가? 단군신화에 나온 곰과 호랑이에 착안했다.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는다. 그걸 사람에 비유해보면 몸을 만들기 위해 식단을 지키고 주위 환경을 바꾸며 100일이란 시간을 견디는 것과 똑같다. 이 점에 착안해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원리를 설명해줄 수 있나? 100일간의 약속은 보디빌딩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일반인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초기에는 가벼운 무게로 많은 횟수를 반복하게 한다. 그리고 100일에 가까워질수록 분할 횟수와 사용 무게를 늘리는 등, 정통 보디빌딩 훈련법에 가깝게 바꿔나간다. 아주 의지가 강해 처음부터 식단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상, 음식도 단계적으로 바꿔나간다.
프로그램 진행 방법은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는가? 물론 바뀐 부분들이 있다. 처음에는 억지로 많이 시켰다. 그랬더니 참여자들이 100일간 너무 죽기살기로 해서 프로그램이 끝난 후 ‘요요’ 현상이 많이 왔다. 요즘에는 억지로 시키지 않고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어떤 변화들을 주었나? 예를 들면 간헐적 단식을 하는 참여자들은 억지로 식단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요요’ 현상이 무척 적다. 최근엔 걷기를 위주로 하고 섭취 칼로리 양만 줄이는 369프로그램을 100일간의 약속에 적용했는데, 효과가 좋았다. 이뿐만 아니라 운동을 자발적으로 하게 하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성실하게 답해줌으로써 운동을 스스로 배우고 즐거움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효과가 훨씬 좋다는 걸 깨달았다.
100일간의 약속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남들과 달리 새로운 걸 받아들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면서 주위의 질타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그런데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1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근육량이 400g이나 더 늘었다. 올해 내 나이가 44세이기 때문에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장점을 배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어느 한 방법이 틀렸다거나 정답이라는 것이 아니다. 항상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
수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예전에 비만 아동의 몸무게를 10kg 정도 빼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일주일 내내 운동을 시켰는데 체중이 줄지 않았다. 그래서 그 아이를 미행해봤더니 차에서 내리자마자 골목길 음식점들을 아주 골고루 다니고 있었다. 이튿날 아이를 공원에 데려가서 걷기만 하고 가라고 했다. 아이가 왜 운동을 안 하냐고 묻기에 네가 하고 싶어지면 하자고 답했다. 그 뒤 결국 1개월 만에 10kg 감량에 성공했다. 조금 빠지든 많이 빠지든 결과적으로 좋아지는 게 목적이지, 단기간에 좋아졌더라도 후에 더 나빠지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진행할 생각인가? 난 100기까지 하려고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내 이름이 알려질 때쯤이면 그만두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긴다. 이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100기까지 하게 되면 내 나이가 70이다. 그때쯤이면 통일이 되지 않았을까? 100기를 마친 후 모든 참여자와 함께 백두산을 오르고 싶다.
트레이너를 넘어 건강전도사로 도약한다
피트니스 관련 유명인들은 대부분 자신을 ‘트레이너’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아놀드 홍은 달랐다. 트레이너는 단순히 몸을 만들어주지만, 자신은 국민의 건강이 너무 걱정된다며 ‘건강전도사’라고 소개했다. 단순한 재능기부를 넘어서 국가의 건강을 위해 발 벗고 뛰고 싶은 것이 아놀드 홍의 철학이다.

자신을 건강전도사라고 소개하고 다닌다고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건강하지 못한가? 내 기준으로 보면 현재 대한민국은 건강하지 못하다. 부모들이 건강에 무지하면 아이들이 병들고, 아이들이 건강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온 국민이 건강해졌으면 한다. 그로 인해 아낀 어마어마한 금액의 의료보험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운동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건강전도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운동은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에 재미를 느껴 스스로 시작해야 한다. 시작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바로 이것이 건강전도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UCC와 콘텐츠를 통해 대중에게 끊임없이 운동 문화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강전도사로서 건강을 정의한다면? 건강하다는 것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다. 잠을 잘 못 자는 것, 잘 먹지 못하는 것, 화장실에 잘 가지 못하는 것 등은 전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몸짱’이라고 해서 반드시 건강한 게 아니다. 그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건강이다. 80대 노인들은 식스팩이 목표가 아니다. 자신의 힘으로 병 뚜껑을 열 수 있고, 변기에서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목표다. 건강의 척도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나라가 없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몸을 만들다 병들어가는 사람들이 제일 불쌍하다.
몸이 아무리 좋아도 건강은 나쁠 수 있다. 건강전도사로서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뚱뚱해도 건강하고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면 굳이 살을 빼지 않아도 좋다. 사회가 만들어내는 기준이 실질적으로 건강하지 않을 수 있어 안타깝다. 인위적인 건강은 건강이 아니다. 성형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트레이너로서 레슨을 하다 보면 그런 회원들을 많이 만난다. 그럴 땐 난 실질적인 운동 레슨보다 대화를 더 많이 한다. 남을 위해 몸을 만들려고 하면 급하게 몸을 만들었다가 요요 현상이 오면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고, 더 안 빠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궁극적인 목표가 있는가? 전 세계인에게 건강을 선물하고 싶다. 아시아에서 최고가 되면 세계가 다 알아보지 않을까? 목표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1000번을 실패해도 한 번 성공하면 사람들은 성공했다고 말한다. 천천히, 꾸준히 나아가 세계적인 건강전도사가 되고 싶다. 운동을 따라 하는 데는 언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싸이가 한국말로 된 노래를 전 세계에 유행시켰듯이 나는 우리말로 ‘하나, 둘, 셋, 넷’ 하는 운동 영상을 전 세계에 퍼트리고 싶다.
<맥스큐>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나이테가 하나 생기듯이, 운동을 천천히,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 너무 빨리 몸을 바꾸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무리하게 한 운동에 대한 대가는 결국 치르게 돼 있다. 목표를 멀리 잡고 한결같이 갔으면 한다.
운동 문화를 전하고 싶다. 전 국민이 건강해져 아낀 의료보험료로 불우한 이웃을 도우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글 이경훈 사진 변준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