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매트를 평정하기 위해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옥 같은 훈련으로 레슬링 매트를 땀으로 적시며 구르고 있는 그레코로만 김영준 선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첫 국가대표로 데뷔전을 치른 그는 그간 힘들었던 레슬링 인생을 뒤로하고 과감한 금메달 도전을 시작했다.

오로지 몸을 가리기 위한 수단일 뿐, 멋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청, 홍색 타이즈를 걸치고 승리를 위해 땀에 젖은 상대의 맨살에 몸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지친 듯한 거친 숨소리와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단내로 상대 선수의 체력을 체감할 수 있고 대치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상대의 격한 심장 고동 소리까지 온몸으로 전해진다. 원하지 않아도 상대의 체취를 느끼며 상대를 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종목 레슬링. 국가대표 김영준 선수는 레슬링을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라고 말한다. 이런 레슬링에 매료돼 15년간의 선수생활 끝에 최고의 기량으로 올라선 그는 9개월 된 딸에게 선물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오늘도 타인의 몸을 파고들고 있다.

김 영 준 (수원시청 소속)
생년월일 1985. 4. 28 / 키 171cm / 몸무게 66kg 체급 : 그레코로만 59kg / 주요기술 : 엎어치기, 옆굴리기, 측면돌리기
2012 전국레슬링종합선수권대회 1위 및 대회 MVP 2012 회장기 전국레슬링대회 1위 2012 전국체전 3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레슬링 국가대표
승부욕이 너무 강해 항상 지나치게 긴장했었다. 지금은 레슬링 경기를 컴퓨터 게임이라 여기고
상대는 기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마음먹은 후엔 어떻게 하면
이 게임에서 이길 것인지만 생각했다.

레슬링이 올림픽 퇴출위기에서 벗어난 후 체급에 변화가 생겼다. 본인에게 득인가, 실인가? 원래 7체급인데 올림픽은 6체급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은 2체급이 추가돼서 8체급이다. 원래 60kg 체급이라 59kg으로 바뀌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예전에 55kg 체급에서 뛰던 선수들이 대거 올라오는 바람에 신장이 제일 커져버렸다. 하지만 경기력에는 크게 지장 없다.
지금 슬굴곡근 부상이라고 들었다. 아시안게임에 차질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나쁜 일 뒤에는 항상 좋은 일이 따랐다. 한 예로 작년에 팔이 탈구되면서 근육과 인대가 같이 찢어졌다. 8개월의 긴 회복기간을 가진 뒤 복귀했는데 거짓말처럼 시합에서 우승했다. 그 후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이번 부상도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한 달간의 회복을 요구하는 부상을 입은 터라 오히려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내심 기대된다.
시합 준비기간 중 가장 힘든 순간은? 시합을 위해 체중을 감량할 때다. 레슬링은 보디빌딩과 달라 체지방을 너무 많이 감량하면 시합을 뛸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체지방 수치의 커트라인을 정하고 순수하게 수분만으로 체중을 감량한다. 벤딩과 로딩을 실시하고 수분조절까지 하게 되면 냉장고 속의 생수를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쳐다보게 된다. 심지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고등학생 때는 시합을 앞두고 체중조절이 너무 힘들어 팀에서 이탈할 정도였다.
이번 아시안게임 준비상황과 목표는?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그래서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체력훈련과 기술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하루 4타임(약 2~3시간)의 훈련을 소화하며, 체력 안배를 위해 컨디션 조절에 특히 신경 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다 그럴 것이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레슬링도 즐기지 않으면 괴롭고 힘들다. 머리부터 손가락, 발가락까지 다 쓰는 전신운동이기에 어느 한 군데를 다쳤다고 해서 쉬지도 않는다. 팔을 다치면 반대편 팔과 다리 운동을 해야 하고, 다리를 다치면 상체 운동을 한다. 이렇게 고된 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 다른 종목 선수 부모님들이 안쓰럽다고 울먹일 정도다.

동급생들 사이에서 강해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했던 '레슬링'이 이젠 나를 다스리고 반성하게 한다. 지금 가진 행복을 지키고 더 나은 행복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나에게 속삭인다. 이런 레슬링이 이젠 나에게 전부다.
글 임치훈 사진 김성연·임치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