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권 국가를 넘어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에 전방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 그러나 스포츠인들 사이에는 이와 별개로 60년대부터 시작됐던 대한민국 열풍이 바로 태권도다. 세계인의 뇌리에 처음으로 태권도라는 이름의 한국 문화를 심었던 것이다. 맞는 말이다. 지금이야 한국 하면 1988서울올림픽, 2002한일월드컵, 삼성전자 등 여러 가지를 떠올리지만 30년 전만 해도 한국 하면 태권도, 태권도가 곧 한국이었다. 최근 전자감응식 호구(護具)를 도입하면서 정통 태권도가 사라져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이를 이겨내고 세계 속의 태권도로 나아가기 위해 더 큰 성장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과 태권전사 박혜미 선수를 만나보자.

박혜미 ( 1986년 11월 15일 / 175cm / 65kg )
[ 수상내역 ] 2007 베이징 세계태권도선수권 은메달 2008 아시아 태권도선수권 금메달 2009 대통령기 태권도대회 금메달 2010 대통령기 태권도대회 은메달 2011 제92회 전국체육대회 태권도 여자일반부 -67kg급 금메달 2011 런던올림픽 태권도 경기 테스트 이벤트 동메달 2012년 제93회 전국체육대회 태권도 여자일반부 -67kg급 금메달 현(現) 삼성에스원 소속, 태권도 국가대표

3000원 문방구 상품권이 태권도를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데 정말인가? 초등학생이라 순진한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그 당시 태권도 도장에 등록하면 3천원 상당의 문방구 상품권을 준다는 데 혹해서 도장에 등록하게 된 것이 지금의 나로 이어졌다. 그때 태권도는 예와 절도, 정신을 표상하는 기예의 수단으로 인식되었던 터라 관장님이 정말 무섭게 느껴졌다. 혼날까 봐 태권도를 그만둘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특기생으로 중학교에 진학하는 등 자연스레 태권도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중·고등학생 때 눈에 띄는 실력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의 수준이었나? 출신지역인 제주도는 태권도의 보급이나 실력수준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집에서 가까운 삼성여고에 태권도 팀이 있었지만 선수가 5명밖에 안 되는 소규모 팀이라 학교 대표로 쉽게 나갈 수가 있었다. 많은 대회에 출전하며 획득한 은메달과 동메달 하나, 총 2개로 경희대에 스카우트될 수 있었다. 그것도 비장학생으로 어렵사리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 입학 초반 계속된 부진으로 태권도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는 게 정말인가? 소규모 팀에 있다가 50~60명의 선수가 있는 곳으로 진학하게 되니 적응이 힘들었다. 5명 정도는 어떻게 체중이 관리되는지 한눈에 파악되지만, 인원이 10배가량 늘어나면서 불가능해졌다. 이때 체중이 불면서 시합을 뛸 때마다 8kg씩 감량해야 했다. 이런 후유증 때문인지 실전 경기에서는 제대로 된 기량이 나오지 않았고 1학년 때는 나가기만 하면 패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병, 힘들기만 했던 타지 적응과 만만찮은 비용들, 그리고 소규모 팀에서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단체 환경에 익숙지 않아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유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뚜렷한 성과 없이 지출이 발생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 다시 악착같이 마음을 다진 이유는 무엇인가? 시합을 참관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올라오신 부모님 앞에서 0:8의 스코어로 패했다. 울면서 어머니에게 ‘그만두고 다른 학과로 전과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1년만 더 해보라고 나를 다독여 주셨다. 가능성 없어 보인 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포기하지 말라고 하신 부모님을 더는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일념뿐이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이후 운 좋게 체급이 올라가 체중조절 압박에서 해방되었고, 바뀐 체급으로 세계대학선발전에 출전하여 1위까지 하게 되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장학생이 되겠다던 작은 목표가 아시아 선수권대회 대표 선수로까지 성장한 순간이었다.

최근 시합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황경선 선수와의 대결에서 계속 승리했다고 들었다. 이젠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누구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실력이 뛰어난 선수는 수없이 많다. 황경선 선수를 이겼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을 이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황경선 선수를 포함한 여러 선수를 이겨야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모두가 동료이면서 경쟁상대 중 한 명일 뿐이다.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이 분위기를 언제까지 이어 나갈 것으로 보는가? 아직 선수생활에 기간을 정하지는 않았다. 자기관리가 잘된 선배선수들을 보면 체력이나 파워 등 모든 면에서 뒤처지지 않으며,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 덕분에 오히려 건재함을 과시한다. 태권도는 기본 체력이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정말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결혼하고도 국가대표로 뛰는 것을 보면 나라고 못하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체력과 실력이 되는 한 선수로 뛸 생각이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세계대회와 올림픽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여 연금을 타는 것이 최종 목표다(웃음). 만약 은퇴를 한다면 코치로 전향할 계획이기에 태권도를 떠나지는 못할 것 같다.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된다면 제주도로 복귀하고 싶다. 태권도 선수 층이 얇은 고향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배우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 그것이 남은 내 몫인 것 같다.
박혜미에게 태권도란? 겸손함을 가르쳐 준 태권도! 인생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그냥 운동만 배우는 게 아니라 인생의 역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했다. 선수로서 정상이 아닌 인생의 정상에 설 수 있게 가르쳐 줬기에 평생 잊을 수 없는 큰 배움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세계에 준 ‘선물’
태권도 알아보기
국제공인스포츠인 태권도는 아무런 무기 없이 손과 발을 이용해 공격과 방어를 함께하는 한민족 고유의 무술로서 투기 스포츠이자 대한민국의 국기이다. 전신운동을 통한 신체 단련과 정신적 무장을 통해 올바른 사상을 중요시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는 태권도를 알아보자.
정신적 기반인 태권도 5대 정신
예의 (禮義) : 인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예의를 갖춰 어른을 공경하고 아우를 보살핀다. 태권도인으로서 겸손하고 남을 비방하거나 모욕하지 않으며 양보하는 정신을 가진다.
염치 (廉恥) : 옳고 잘못된 일을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만약 그릇된 말이나 행동을 하였을 때는 부끄러워하고, 잘못된 부분은 즉시 시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내 (忍耐) : 목표를 정한 후 인내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 성공이 더욱 값짐을 알아야 하고 실패하더라도 더욱 노력하여 끝내 성공하겠다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극기 (克己) :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함을 말한다. 스스로를 억제할 줄 알아야 하고 허영심과 시기심을 가지지 않고 타인을 보아야 하며, 무도인으로서 절제하는 생활을 하여야 한다.
백절불굴 (百折不屈) : 정의감에 입각하여 생활하고 불의를 보면 조금의 두려움이나 주저함 없이 정의를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백 번 꺾여도 굴하지 않는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태권도의 기본 대련 조건
경기장은 탄력성이 있고 미끄럽지 않은 매트가 설치된 곳으로 가로, 세로 각 8m의 정사각형이어야 한다. 2분씩 3회전으로 진행되며 각 회전 사이에 1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득점은 주먹 및 직선 공격에 의한 발차기는 1점, 회전을 포함한 발차기 2점, 얼굴 공격에선 직선 공격은 3점, 회전이 포함되면 4점이 인정된다. 3회전이 종료된 후에 동점 발생 시 2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지며 이때 득점이 발생되면 바로 승패가 결정된다. 경기 중에 정당한 공격에 따른 다운으로 ‘여덟’을 셀 때까지 재대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 KO승이 선언된다.


웨이트트레이닝 태권도 선수에게는 체력이 중요한데 이것이 곧 웨이트트레이닝 능력이다. 웨이트와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끊임없이 해줘야 경기 후반까지 왕성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근력운동을 통해 체력이 좋아졌다는 것은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극한의 상황이 최후로 미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발력 상대의 허점을 꿰뚫는 찰나의 순간에 공격하기 위해서는 순발력이 매우 중요하다. 발차기의 속도와 타이밍이 곧 공격 실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 상대를 기선 제압해 전반적인 경기 분위기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도 순발력을 기반으로 한 공격은 태권도 선수에게 필수사항이다.
정신력 예를 들어 숨이 턱까지 찰 때, 그때 한 번 더 방어하고 공격해 승리를 차지하는 절대적 무기는 바로 정신력이다. 정신이 해이해져 있다면 극한의 상황에 도달했을 때 본능적으로 자신을 놔버리게 된다.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선수라면 결코 대련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글 임치훈·이화형 사진 임치훈·삼성 S1 홍보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