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만 휘두른다고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비처럼 피하고, 벌처럼 쏘기 위해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고 유연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이뤄지며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스피드, 파워, 지구력, 순발력은 필수 요소이다. 이런 요소들을 충족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훈련을 강행해야 한다. 복싱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김형규 선수는 디펜딩 챔피언을 위해 오늘도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한때는 국민 스포츠로 인기가 높았던 복싱! 복싱의 매력이 뭘까? 펀치가 제대로 꽂혔을 때 느끼는 짜릿함, 주먹을 뻗을 때 경쾌한 리듬처럼 모든 근육이 일체가 되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 무하마드 알리는 이 모든 느낌을 담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라고 말한 것일까? 복싱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 봤을 매력일 것이다. 모든 스포츠가 비슷하겠지만 특히 복싱의 움직임은 오로지 몸으로만 익혀야 하기에 배우면 배울수록 익숙해지는 동작과 함께 성취감에 빠져든다. 그에 더해 강한 육체를 표현하는 남성스런 스포츠다. 짐승과도 같은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더 타격하거나 쓰러뜨려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 한국체육대학교 출신 국가대표 복서 김형규, 그는 중학교 때부터 자신을 다스려 왔고 마침내 국가대표가 되었다. 그가 다스려 온 육체적 벽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그의 훈련을 밀착 취재했다.
복싱 글러브를 끼게 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글러브를 끼고 복싱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지만 진지하게 선수 생활을 하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급식비조차 해결하지 못하게 되자 운동부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복싱을 선택했다. 그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눈앞에 닥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어린 나이에 어쩔 수 없이 복싱을 선택한 듯하다.
지금은 복싱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학교 때 소년체전을 끝으로 복싱을 그만두려 했다. 내게 복싱을 권유했던 아버지와도 그렇게 약속했었다. 성장기인 어린 나이에 체중감량이라는 숙적과 싸우는 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소년체전에서 금메달과 함께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뒤 이젠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재능이 아까웠는지 아버지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특기생으로 계속 복싱을 하라고 권유하셨다. 어려운 형편에 학비 걱정도 없을뿐더러 소질까지 있었으니 아버지로서는 권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계속된 실랑이 끝에 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떠밀리듯 고등학교 특기생으로 진학했고 재미가 아닌 권유와 형편 때문에 다시 글러브를 끼었다. 하지만 고등부 때부턴 달랐다. 고등학교 코치가 체급을 올리라고 권유한 뒤로 체중감량이라는 난제가 사라졌고 그때부터 운동에 흥미를 느꼈다. 이윽고 체전에서 2년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면서부터 복서로서의 자질이 다분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힘든 훈련 과정 후 좋은 결과를 얻게 되자 성취감까지 생겼다. 이젠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 복싱이라 느끼며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꿈까지 갖게 되었다. 이젠 복서로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최고가 되고 싶다.
지금 한창 놀고 싶고 많은 것들을 경험할 나이인데 운동에 시간을 빼앗겨 불만은 없는가? 지금은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여가 시간이 조금 부족해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이런 점이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여기 태릉선수촌에서는 나를 포함한 복싱선수들은 물론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복싱의 매력적인 요소는? 복싱을 안 좋은 말로 표현하면 ‘주먹다짐’이지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말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폭력적이고 무식하다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룰을 지켜야 하고 기술적인 부분이 있는 스포츠 경기일 뿐,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는다. 페어플레이를 기본 바탕으로 한다.
타고난 재능? 아님 노력파? 주위에서 좋은 신체조건을 타고났다고 인정하고 있다.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밸런스가 좋으며, 크다고 해서 파워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건 국내에서 나를 볼 때 그렇다는 것이지 외국선수들과 비교하면 평범하다. 나보다 더 우월한 선수들이 많으며 그들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해 보인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까지 하는 선수보다 뛰어나려면 몇 배 이상 노력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의 꿈은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부족함 없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승패를 결정짓는 여러 가지 요소 중 경험상 본인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복싱에서 승패를 가르는 데는 육체적인 요소보다 정신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본다. 특히 상대가 강하거나 특성이 짙다면 어떻게 이겨야 할지,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떨쳐내야 할지 마음을 다잡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난 항상 시합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평정심을 찾는다.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뿐더러 불안함과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이런 마음은 시합 중에도 나타난다. 예기치 않게 상대선수의 강한 공격을 허용해도 당황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시즌 중에는 컨디션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특별히 시즌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경기장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평상시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특히 식이조절로 체중이 지나치게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절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시즌 중에는 어떤 훈련에 가장 집중하는가? 기술적인 운동이다. 주먹을 구사하는 콤비네이션, 오펜스나 디펜스 둘 중 하나다. 덜 맞고 더 때리기 위해 기술적인 측면에 더 집중한다.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비중을 둔다. 30:70으로 장점을 살리면 단점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형규 선수의
24시간 트레이닝 계획표
05:45 ㅣ 기상
06:00 ~ 07:30 ㅣ 지구력 운동
오래된 습관 중 하나로 아침에 코스별 구보를 한다. 엄격한 체중관리가 필수이기에 체지방을 감량하고 외국선수들보다 체력적인 부분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했던 운동법이다. 이런 습관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를 정해서 휴식을 병행하며 체력적인 부분을 보강한다.
07:30 ~10:00 ㅣ 아침식사 후 휴식

모든 식사는 태릉선수촌의 선수식당에서 한다. 아침식사는 특별히 제약 없이 먹는다. 정해진 식단에서 체중조절이 필요한 선수들만 개개인이 알아서 조절한다.
10:00~12:00 ㅣ 웨이트트레이닝

안정성과 파워를 갖추기 위해 필수적인 운동이다. 특히 외국선수들은 신체조건과 힘이 좋아 몸싸움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이 필수다. 파워와 근지구력을 목적으로 운동하며 순발력이나 협응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서킷트레이닝이나 플라오메트릭도 겸한다.
12:00~15:30 ㅣ 점심식사 후 휴식

마찬가지로 선수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침, 저녁과 달리 샐러드바가 마련되어 있어 원하는 음식을 알아서 덜어 먹을 수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친 직후에는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고수하며 근육유지 및 회복을 위해 질 좋은 음식들을 섭취한다. 보충제나 일반적인 식사로 채워지지 않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한다. 샐러드바로 식단 제어가 가능하므로 체중 조절이 필요한 대회기간에는 음식을 가려서 섭취한다.
15:30~17:30 ㅣ 오후운동(전문훈련)

복싱만을 위한 운동에 돌입한다. 체력, 기술, 순발력, 스피드 등 복싱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훈련한다. 화·목요일에는 실전훈련인 스파링이 계획되어 있다.
17:30~19:30 ㅣ 저녁식사 후 휴식

체력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고갈되고 몸이 알카리화되어 있는 상태다. 그렇기에 염분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적절한 염분과 다양한 반찬이 있는 선수식당의 일반식이면 충분하다. 부족한 영양소는 선수 개개인이 알아서 추가한다.
19:30~20:30 ㅣ 영어수업
국제적인 선수로 성공하려면 문무를 겸비해야 한다. 국제화 시대다. 김연아, 박태환, 박지성을 보라. 외국어 하나쯤은 필수다.
21:00~22:00 ㅣ 야간운동(부족한 운동 실시)
개인운동 시간이다. 부상을 입은 선수는 재활 위주로 운동하고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단점이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자율적인 대신 훈련은 거르지 말고 꼭 해야 한다.
22:00~23:00 ㅣ 일과 정리
개인정비 시간이다. 샤워, 빨래, 청소 등은 이 시간에 한다. 남는 시간에는 자신의 스파링 녹음본이나 대회 동영상을 분석한다.
23:00~05:45 취침
수면시간이 짧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잠은 식사 후 짧은 낮잠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체력을 보충한다.
국가대표 복서 식단 TIP
여느 체급경기와 마찬가지로 체급의 제한이 있어 평소에도 체중을 고려해야 하기에 음식 섭취가 조심스럽다. 평소에는 해당체급 +4kg 정도의 체중을 유지해야 시합기간 동안 적절한 체중 감량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복싱선수는 탄수화물을 최소로 섭취하고 단백질 위주의 육류를 적당히 섭취한다. 포만감이 없을 때는 샐러드나 과일로 보충 섭취한다. 시합 시즌이 다가오면 체중 감량을 위해 평소 먹는 양의 60%만 섭취하고 닭 가슴살로 단백질을 보충한다.

황영철 국가대표 복싱 트레이너가 말하는 복싱의 세계
복싱 선수들의 현재 실태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현재 국내 복싱선수들은 연봉이 3단계로 나뉜다고 한다. “현재 복싱이 침체기에 있지만 세계연맹의 다양한 노력으로 복싱에 흥미를 갖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고 국제대회인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뿐만 아니라 세미 프로 시합을 개최하여 프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성적에 따라 높은 대진료를 받게 된다. 앞으로 여러 대회가 개최될 전망이며 이로 인해 유명선수들의 인지도도 향상될 것으로 내다본다.”
A급 국내대회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로 각 소속팀에서 계약금과 연봉 포함하여 약 1억~1억5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대표팀에 입촌할 경우 하루 훈련 시 4만원의 일비를 대한체육회에서 따로 받는다.
B급 국내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로 각 소속팀에서 계약금과 연봉을 포함하여 약 6000만~8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다.
C급 국내대회 출전 선수들로 각 소속팀에서 계약금과 연봉을 포함하여 약 3000만~5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다.
글·사진 임치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