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지만 인류 역사와 비교해보면 매우 짧은 기간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에도 많은 진단 기구와 치료 방법 들이 등장하면서 발전을 거듭해왔고, 같은 증상에도 조금씩 접근과 치료가 달라지고 있다. 그중 ‘심부둔부증후군’이라는 진단명도 세상 에 등장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무직 직장인 등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병인 만큼 눈여겨봐야 한다.

30대 프리랜서 H씨는 최근 원인 모를 엉덩이 통증으로 고민이다. 지난 초여름부터 생긴 통증은 두 달이 지나도록 호전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앉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누워 있으면 증상이 더 심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특별한 원인이 없었으며 운동할 때도 평 상시보다 더 무리한 건 없었다. 증상을 치료해보려고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약물 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를 해봤지만 통증이 줄어드는 건 그 순간뿐이었다. 허리가 원인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MRI까지 찍어보았지만 크게 문제 될 질병은 없었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찾은 정형외과에서 몇 가지 이학적 검사와 영상 검사 후, ‘심부둔부증후군’ 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진단받았다.

심부둔부증후군이란?
엉덩이는 우리 몸의 한 부위이지만 큰 근육 덩어리로 이루어진 만큼 많은 근육과 신경, 혈관, 인대가 촘촘히 모여 있다. 뼈의 해부학을 보면 천골과 치골로 이 루어진 엉치, 장골과 좌골이라고 하는 골반뼈 부분, 대퇴골이라고 하는 다리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엉덩이에는 골격 구조물 외에도 여러 가지 근 육이 분포돼 있어 환자들이 통증 부위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심부둔부증후군(deep gluteal syndrome)’은 ‘둔부’, 즉 겉에 만져지 는 큰 엉덩이 근육 아래 깊은 곳에서 어떠한 원인에 의해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들을 총칭한다.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나는 증상
심부둔부증후군은 오래 앉아 있거나 딱딱한 곳에 앉았을 때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운전을 하거나 한 자 세로 오래 앉아서 일하는 직업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상당히 고통스럽다. 또 통증이 엉덩 이뿐만 아니라 허리, 골반 쪽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허벅지 쪽 으로 뻗쳐 내려가기도 한다. 허리, 골반, 엉덩이, 허벅지 쪽으 로 증상이 퍼지는 양상 때문에 허리 쪽 신경이 눌려 생기는 방 사통, 좌골신경통으로 오해하기 쉽다. 2014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허리 통증과 좌골신경통을 앓 는 환자 158명의 MRI를 분석한 결과 32%에서는 허리 쪽에 병인이 없었다. 엉덩이 근처에서 문제가 되는 신경의 시작점 이 대부분 요추 4번에서 천추 3번까지 나오는 신경이기 때문 에 허리 디스크나 척추 협착을 확인할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심부둔부증후군’은 허리 쪽에 병인이 있는 것이 아니 라 디스크를 빠져나와 골반과 엉덩이, 햄스트링으로 이어지 는 ‘심부 둔부 공간’에서 신경의 주행 중에 문제가 생긴다. 좌 골신경통과 심부둔부증후군을 감별하는 손쉬운 방법은 증상 이 전해지는 부위이다. 동일하게 허리, 엉치 아래쪽이 불편하 더라도 종아리나 발까지 증상이 이어진다면 심부둔부증후군 이 아니라 허리 쪽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만히 있어 도 통증이 있지만, 다리를 꼬는 행위나 큰 보폭으로 걷는 동작 들이 힘들어지기도 하고, 누워서도 다리를 모으거나 안으로 돌리는 등의 동작을 할 때 통증을 느껴 깊은 잠을 자기가 힘들 다. 증상이 생기는 신경에 따라서 엉덩이가 아니라 골반이나 회음부 쪽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심부둔부증후군, 주요 원인은?
엉덩이는 근육과 관절이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지만, 만성적 인 엉덩이·골반 통증은 신경과 관련된 증상이 원인일 때가 많 다. 대표적인 신경으로 좌골신경(Sciatic Nerve)이 있고, 그 밖에 위볼기신경(Supreior Gluteal Nerve), 아래볼기신경 (Inferior Gluteal Nerve), 음부신경(Pudendal Nerve), 뒤넙 다리피부신경(Posterior Femoral Cutaneous Nerve) 등이 여러 근육 사이로 주행하고 있다. 멀쩡한 신경이 갑작스럽게 나빠져 통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외상이나 반복된 스트레스로 인한 근육의 변화가 가장 흔한 원인이다.
심부둔부증후군의대표적인 원인
1 과도한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신경이 두꺼워져 경련이 생기는 경우
2 신경과 인접한 근육에 출혈이 있거나 염증이 생기는 경우
3 임신과 출산으로 근육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
4 힘줄이 부착되는 부위의 뼈가 자라면서 반복되는 움직임에 따라 신경을 압박 하는 경우

초기 진단과 대처가 중요
여러 질환으로 인한 증후군인 만큼, 치료는 그 증상을 일으 키는 세부적인 원인에 따라 다르다. 염증이 주원인인 경우 에는 약물, 주사를 통한 소염 치료를 한다. 근육이나 뼈의 이 상, 또는 수술 합병증으로 인하여 신경이 압박되는 경우에 는 비수술적 또는 수술적 치료로 신경을 압박하는 요인을 해결한다. 또 종양이나 내과·산부인과적 질환, 감염 등의 경 우에는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를 선행해야 한다. 물리치료 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등은 원인에 따라 좋은 보조 적 치료가 될 수 있으며 주사기를 통한 약물 주입도 치료 방법 중 하나다.

정밀검사가 필요한 이유는?
심부둔부증후군은 일반적인 영상 검사에서는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허리질환을 의심해 MRI까지 찍었는데 큰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영상 검사는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골반 쪽의 병인과 허리 쪽의 병인으로 인한 증상이 혼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때는 불가피하게 허리와 골반에 대한 검사를 같이 진행해야 한다. 골반 X-ray에서는 천장관절염이나 고관절에 나타나는 골관절염, 무혈성괴 사와 같은 골 질환들, 석회성 건염 등이 없는지 확인한다. MRI에서는 엉덩이 근육과 신경, 힘줄 등을 더욱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상당 부분 MRI에서 확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근전도 검사에서 해당 신경의 이상 신호 여부를 감지해 확진하기도 하는데, MRI와 근전도 모두 증상이 미미한 경우에는 이마저도 진단이 힘들 수 있다. 초음파는 진단도 하지만, 치료도 할 수 있는 도구로서 이학적 검사에서 심부둔부증후군이 의심되면 초음파 유도하에 신경 주변에 약물을 주입함으로써 증상 호전 여부를 살피고 이에 따라 확진할 수도 있다.

심부둔부증후군 예방법
□ 딱딱한 의자에 앉거나 장시간 동안 앉아있지 않는다.
□ 의자에 앉더라도 허리를 꼿꼿이 펴고 엉덩이를 등받이 깊숙이 앉는 자세를 권장한다.
□ 의자는 본인의 체형에 맞는 것을 사용한다.
□ 운동 전후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며, 고관절과 허리 기립근의 긴장을 풀어주고, 운동범위 를 넓히는 것이 가장 좋다.
글 노경한(강남본정형외과 대표원장) 정리 이서현 모델 최재덕(2002 미스터코리아 그랑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