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생소한 이름의 방아쇠수지증후군은 흔히 중지(셋째 손가락)와 약지(넷째 손가락) 및 엄지손가락에 발생하는 증상을 말한다.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기거나 굽힘 힘줄을 덮고 있는 힘줄집이 두꺼워져서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심한 마찰이나 통증이 느껴지고 어느 순간 갑자기 ‘딸깍’ 소리가 나는 특징이 있다.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방아쇠수지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골프를 좋아하는 30대 L씨는 일주일 내내 골프를 칠 정도로 골프 마니아였다. 하지만 몇 주 전부터 오른손 셋째 손가락이 아프기 시작했는데, 아픈 손가락 하나는 잘 구부러지지 않고 억지로 구부리면 잘 펴지지 않았다. 그리고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지점에서 딸깍하며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L씨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방치한 채 계속 골프를 쳤다. 그러다 연습하던 손가락 쪽에 통증과 딸깍거림이 심해졌다. 그 후 걱정되는 마음에 재활의학과를 찾았는데 ‘방아쇠수지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방아쇠 수지는 무엇이며 왜 발생하나?

건강한 손가락에서는 손가락 굽힘 힘줄이 이탈되지 않도록 잡아주는 A1 도르래부터 A5 도르래를 거쳐 손가락의 마지막 뼈인 원위지골에 부착된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힘줄이 이 도르래들 사이를 왕복하게 되는데, 구조상 A1 도르래에서 움직임이 가장 많아 힘이 크게 걸린다. 이런 이유로 A1 도르래 주위 힘줄에 염증 또는 종창(조직 비대로 부어오르는 것)이 생기거나, A1 도르래가 두꺼워져 손가락 굽힘 힘줄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A1 도르래에 자꾸 걸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방아쇠 수지(Trigger Finger)’라고 한다.

대부분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업이나 손가락에 많은 힘을 주는 운동과도 일부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골프나 테니스, 배드민턴 등 단단한 그립을 쥐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빈번히 발생한다. 이 중에서도 골프 같은 경우, 클럽을 잡을 때 잘못된 그립 습관으로 인한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 당뇨병, 통풍, 신장질환, 류머티즘성 관절염, 결절종(갱그리언) 등을 진단받은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40~60대에 흔한 질환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6배 정도 잘 발생하지만 아주 어린 유아나 소아에서도 선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방아쇠 수지의 주요 증상

□ 일반적인 임상적 증상은 손가락을 굽히고 펼 때 힘줄과 A1 도르래가 마찰이 일어나는 부위에 통증이 있다. □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하며 간혹 방아쇠 소리와 유사한 ‘딸깍’하는 마찰음(방아쇠 현상)이 들린다. □ 아픈 손가락을 손등 쪽으로 늘려주는 동작을 하면 심한 통 증을 느낀다. □ 아픈 손가락의 손바닥과 손가락 끝 경계선에서 1cm 정도 손바닥 쪽(그림에 o 표시된 부분)을 눌렀을 때 강한 통증을 느끼고, 간혹 혹처럼 만져지는 결절이 있다.
방아쇠 수지 진단과 치료

방아쇠 수지는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 딸깍음(click)이 관찰되거나 힘줄이 도르래의 원위부에 걸려서 손가락을 구부리지 못하는 전형적인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 신체 진찰만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확진을 위해서 초음파 검사나 MRI 검사를 실시하면 힘줄의 비대나 A1 도르래가 두꺼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증세가 가벼운 경우에는 최대한 손가락 사용을 줄이도록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밤에만 손가락 깁스을 착용해 염증이 생긴 힘줄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한다. 만약 낮 시간에 불가피하게 움직임이 많아질 경우에는 보조기를 착용해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가락을 펼 때 딸깍하며 잘 펴지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통증이 심하지 않을 때는 부드럽게 천천히 손가락을 쭉 펴서 힘줄을 늘려주고 관절이 굳지 않도록 스트레칭을 시행한다. 온찜질, 가벼운 마사지나 파라핀 등 물리치료, 바르는 소염진통제와 같은 약물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하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할 경우에는 국소 주사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국소주사는 염증을 완화해주는 스테로이드 등을 힘줄막 안이나 주위에 투여하는 방법으로, 간단하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만, 수개월 또는 수년 뒤에 재발하기도 한다. 주사 후에도 재발하거나 증상이 9~12개월 이상 지속되어 이미 관절 구축이 진행된 경우에는 손가락 힘줄을 조이고 있는 A1 도르래를 터주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 시 합병증으로는 감염 및 신경 손상이 드물게 있고, 수술 후 손가락이 굳는 수지(손가락) 강직은 수술 직후부터 손가락 운동을 해야 예방할 수 있다.
방아쇠 수지 예방법
1. 장시간 동안 손을 쥐는 반복작업이나 골프처럼 그립을 잡는 스포츠는 줄이거나 피한다. 지속해야 하는 경우 손가락 굽힘 힘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거나 힘을 빼고 가볍게 쥐는 동작을 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2. 작업이나 운동 시에 주기적으로 반대쪽 손을 이용하여 부드럽게 손가락을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을 한다. 반복할 경우 유연성이 좋아져 방아쇠 수지 질환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 다. 3. 자기 전에 손가락과 손바닥을 가볍고 부드럽게 지압하거 나 마사지하는 것도 좋다.
[주의할 점]
방아쇠수지증후군 환자들 중 손바닥의 A1 도르래 주변의 아픈 위치를 반복적으로 누르거나 손가락을 억지로 구부리고 펴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히려 힘줄과 A1 도르래에 마찰 자극을 주어 병변이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일 방치하게 되면?

초기에는 ‘딸깍’ 소리가 나는 정도이며 손가락을 쉽게 펼 수 있지만 심해지면 힘을 많이 줘도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고 그만큼 통증도 더해진다. 또 장시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증상이 점점 악화되어 손가락 중간 마디가 두꺼워지고 손가락이 완전히 잠겨 굽혀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조금 구부러진 모양으로 바뀌는 관절 강직이 발생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글 이종민 (서울 투탑정형외과 재활의학과 ) 정리 이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