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차 개그맨 김인석이 무대에 올랐다. 웃기러…가 아닌 근육을 보여주기 위해서! 얼굴엔 여전히 능청스러움이 가득했지만 몸만큼은 한없이 진지했다. 잠시, 웃기는 김인석은 잊고 잔뜩 성난 그의 몸을 확인해보자.

웃음과 운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웃을수록 혹은 운동할수록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두 행위 사이에 건강이라는 매개체가 있다. 18년 차 개그맨 김인석이 그 메신저를 자처했다. 웃음으로 남들을 건강하게 만들었던 사람이 이제 스스로 건강해졌으며, 그 건강 바이러스를 흩뿌리고 있다. 발단은 아내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운동으로도 남을 기쁘게 하는 이 사람, 천생 ‘뼈그맨’ 이 아닐까?

개그맨으로서의 삶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영국의 전설적인 희극 배우이자 영화감독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다. 인생은 겉과 속이 다름을 빗댄 말이다. 웃음을 업으로 삼는 개그맨의 삶은 대중에게 종종 재미로만 포장되지만 그들의 삶만큼 치열하고, 진지한 것도 없다. 반평생 개그와 함께한 김인석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김인석의 삶은 개그 그 자체다. 18년 차 개그맨으로서 인생의 절반을 개그맨으로 살아왔으니 과언은 아니다. 누구나 그렇듯 소위 ‘받쳐주는’ 역할로 시작했지만 ‘봉숭아 학당’의 알프레도 역과 ‘도레미 트리오’의 한 축 등을 담당하며 받쳐주는 역에서도 그는 급이 달랐다. 이후 군 복무기간을 포함해 3년 반 정도 방송계를 떠났다 돌아왔지만 예전의 상승세를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낙담할 만도 했지만 김인석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았다. “과거는 행복했고 지금은 불행하다? 그건 아닌 거 같아요. 과거는 나름대로 행복했던 기억이 있고, 지금은 또 나름대로 행복한 기억이 있어요. ‘코미디 빅리그’ 등 개그 프로그램은 거의 쉬지 않고 해왔고, 팟캐스트도 만드는 등 개그맨으로서 순간순간이 행복해요.”
과거와 다른 미디어 환경에서 그는 이제 웃음의 모든 과정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를 꿈꾼다. 현재는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다. 이렇게 환경이 급변하는 와중에도 변치 않는 건 그가 개그맨으로서 가진 가치관이다. “웃기고 유쾌하지만 삶을 봤을 땐 본받을 점이 있고, 멋있는 남자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남을 웃기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그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이 남자가 얼마나 멋진지도.

만약 천국에 가장 많이 가는 직업군이 있다면
개그맨 아닐까 싶어요.
본인이 힘든 걸 감수하면서 남을 행복하게 해주니까요.
웃음으로 행복을 주는 것. 개그란 그런 게 아닐까요.

김인석에겐 오직 '머슬'만이야!
대회 후엔 벌크업을 목표로 할 정도로 머슬에 푹 빠진 김인석. 그는 대회를 치르면서 많은 게 변했다. 몸도 마음가짐도. 이제는 어엿한 ‘머슬’마니아가 된 그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대회에 임했는지 궁금하다.

개그맨 김인석이 머슬마니아에 등장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몸을 가지고. 출전 계기를 묻자 아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게으른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아 좀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한 아내의 전제 조건이 건강함이었다고 하니 더는 뺄 수 없었을 듯하다. 대회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김인석은 피를 토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했다. 외배엽 체형인 그는 특히 머슬 대회에서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마른 비만형이라 근육이 빨리 안 커지니까 너무 조급했고, 무엇보다 먹는 게 힘들었어요. 제가 많이 먹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죠. 그래서 식사량, 특히 단백질량을 더 늘리니까 도움이 됐어요. 체질을 바꿀 정도였죠.”
난생처음 겪는 강도로 운동을 한 그는 콩트 짜는 것과 대회 준비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힘드냐는 질문에 “아이디어는 노력한다고 무조건 나오는 게 아닌데, 운동은 힘들긴 하지만 노력하면 결과가 나오잖아요.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라고 답한다. 땀 흘린 만큼 성과를 얻는 웨이트트레이닝의 매력을 알게 된 김인석은 머슬 대회를 바라보는 관점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무대에서 몇 분 동안 최선을 다해 모든 근육을 꽉 짜내고 내려왔더니 온몸에 쥐가 났다고 한다. 그 이후에야 이건 진짜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먹는 것부터 잠자는 것까지 삶을 바꿔야 하잖아요. 선수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고, 예전에 가볍게 여겼던 생각들이 부끄러워요.”
대회 후 자신감도 생기고 건강해진 걸 느꼈다는 김인석의 목표는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하면서 벌크업을 하는 것. 부담이 없어진 만큼 즐기면서 최선을 다해 운동하고 싶다는 김인석이 건강한 웃음으로 대중 앞에 설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What Happened to Him?
운동 중 에피소드는?
‘빡구’ 캐릭터 윤성호 형이 제가 운동한다고 하니까 도와준다고 제가 운동하는 곳 근처까지 이사를 왔어요. 그런데 형이 의욕이 앞서서 저한테 너무 무거운 무게를 시킨 거예요. 결국 대회 한 달 정도 남기고 제 가슴근육이 파열돼 가슴운동을 못 하고 대회에 나갔어요. 가슴이 자신 있었는데, 너무 화가 났었죠. 가슴운동을 못 하니 어깨와 등 위주로 했는데, 나중에 어깨와 등이 엄청 좋아진 거예요. 원래 등이 약했는데, 전화위복이 된 셈이죠.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포기까진 아니지만 힘든 점이 있었죠. 아내도 타 대회에 출전해 같이 운동했어요. 서로 조심하려고 했는데도 둘 다 예민해져서 티격태격하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아내 대회가 한 달 전에 먼저 끝났어요. 만약 아내도 한 달 더 운동했으면 크게 싸웠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다행이었죠.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도움이 됐던 아이템은?
견과류를 꼭 먹었어요.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고 운동을 많이 하니까 다리에 쥐가 나서 매일 밤 한두 번씩은 깼어요. 쥐 때문에 고생하니 트레이너 형이 견과류를 추천해줬어요. 확실히 견과류를 잘 먹으니까 쥐가 안 나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후각이 엄청 예민해졌다고 하는데?
라디오 ‘두 시의 데이트’ 스튜디오에 들어가자마자, 공간 안의 냄새만 맡고 한라봉 드셨냐고 했어요. 실제로 이전 프로그램 시간에 한라봉 하나를 나눠 먹었대요. 제가 냄새로 맞히자 석진이 형이 그 많은 감귤류 중에 한라봉을 어떻게 딱 맞히냐고 하셨죠. 너무 예민해져서 냄새로 음식 종류를 맞힐 정도가 되더라고요. 심지어 방귀 냄새는 구수하게 느껴졌어요.
2라운드에 입은 레이싱 슈트에 특별한 사연이 있다던데?
2016년 머슬마니아 대회 스포츠모델 종목에서 우승한 김일중 선수에게 빌린 거예요. 제가 뭘 입을지 고민하니까 제 친구가 당시 그 슈트가 너무 멋있었다면서 친분이 있던 그 선수를 소개해줬죠. 그런데 그분한테는 너무 의미 있는 슈트였어요. 그걸 입고 우승을 했었고, 자수 하나하나 다 박으러 다니면서 직접 만들었다죠. 저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는데, 감사하게도 빌려주셨어요. 우승했던 슈트를 입고 예선에서 탈락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죠.
대회 준비 기간에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은?
흰쌀밥에 ‘스팸’. 거기에 참치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 이 세 개를 한 3~4개월 못 먹었어요. 그걸 먹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아내가 대회 다음 날 아침밥으로 차려줬는데, 너무 감동했어요. 제가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인데, 그렇게 얘기할 정도니까 ‘진짜 먹고 싶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맥스큐> 독자들에게 한마디
아직 대회에 출전한 적이 없는 분들이 계신다면 저처럼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너무 행복하고 좋은 기억이었고, 뜻깊은 인생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결과가 어떻든 과정이 너무 좋고, 그 무대에 한 번 서는 것만으로도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줄 거 같아요.
글 박상학 사진 N2 STUD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