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29명의 엘리트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선 남경윤 선수. 그는 세계선수권대회 -70kg에서 한동기 선수에 이어 한국에 네 번째 금메달을 안겨줬다. 불혹에 최전성기를 맞은 그에게 1년의 공백기 후 다시 집어 든 덤벨과 바벨은 어떤 의미였을까? 남경윤 선수를 만나보자.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보디빌더들의 수준은 어디까지일까?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선수들은 수많은 대회에 출전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 생활체육대회 및 구 대회를 거쳐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역별로 체전 선발전을 거친다. 각 시도 대회에 이어서 최고의 선수들을 가리는 전국체전에서 우승한다면 국가대표가 되어 세계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각국의 선수들이 경쟁을 벌이는 대회가 세계보디빌딩선수권대회로 보디빌딩의 종착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68회째로 그 역사도 깊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우리나라 선수는 한동기, 방운혁, 김준호, 조왕붕, 박경모, 이승훈, 남경윤 단 7명뿐일 정도로 정말 얻기 힘든 타이틀 중 하나인 것만은 확실하다. 대부분 35세를 넘긴 뒤에 금메달 타이틀을 손에 넣었기 때문에 선수생활이 긴 보디빌딩의 정점은 불혹인 것 같다. 40세에 세계선수권 챔피언을 차지한 남경윤 선수. 그는 그동안 어떻게 자신을 관리하며 지냈을까?

체급 변화는 세월을 못 이긴 근육량 감소? 수년간 -75kg을 유지해온 그가 2013년에 -70kg으로 전국체육대회(이하 체전)에 출전한다는 소식에 많은 루머가 떠돌았다. 그러나 '복귀하는 부창순 선수를 의식한 것이다’, ‘김성환 선수를 의식한 것이다’ 등 좋은 소리는 나돌지 않았다. 왜냐하면 2012년 복귀전에서 -75kg에 출전해 자신의 젊었을 때 전성기 기량을 100% 보여주지 못했기에 그랬을 수도 있다. 아니면 2013년 미스터코리아에서도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75kg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13년 체전에서 그의 몸을 확인한 사람이라면 근육량이 감소했다거나 기량이 떨어지지 않았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체급을 조정한 것일까?

속사정은 이랬다. 그는 공백 기간인 2011년부터 보충제 영업을 해왔었고 복귀하던 2012년에는 PT숍을 오픈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시합까지 준비해야 했기에 시간이 부족했는데 그는 욕심을 부렸다. 하지만 그 욕심이 화를 자초했다. 바로 허리 부상이었다. 고중량, 고강도의 운동을 그의 몸이 버텨내지 못했다. 걸을 수조차 없는 고통 때문에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채 몸을 만든 것이었다. 만족할 수 없는 몸으로 2위로 복귀했지만,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13년! 복귀를 준비하는 부창순 선수가 남경윤 선수와 같은 경남시체육회 소속이 되면서 줄곧 라이벌이었던 선수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둘 중 한 사람이 체급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한 사람이 손해 보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에 불가피하게 조정을 해야 했다. 원래 비시즌에는 부창순 선수가 체중이 더 많이 나가 -80kg까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심리적 부담이 컸다. 또한 부창순 선수는 체전 후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 제대로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남경윤 선수는 결혼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체급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외부에서 보기엔 누굴 피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팀을 위한 배려였다. 부창순 선수도 이런 남경윤 선수가 외부의 평가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많이 고심했지만 끝내 마음을 맞추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2013년 -70kg에서 남경윤 선수는 금메달, -75kg에서 부창순 선수는 동메달을 획득하며 팀의 종합점수를 끌어올리게 된다.

중년의 근육이 뛰어나다?
“우리는 중년에야 비로소 신을 닮은 지혜와 이성과 기억력을 갖는다.”
“중년은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진 행복이다.”
<중년의 발견>이라는 책에서 중년은 인생의 전성기라는 표현을 발췌한 글이다. 그럼 근육은 어떨까? 2013년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약 40세로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40대 초반의 선수다. 왜 이런 것일까? 아마도 근육의 성장으로 몸을 키우는 시기가 지나 성숙도가 더해지는 시기가 불혹 무렵이 아닐까? 그리고 중년의 뇌가 가장 뛰어나고 똑똑하며 대처능력이 탁월해 한 발 물러서 종합적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그대로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약점과 장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더 쉽게 다가가며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정직하게 대하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남경윤 선수는 그동안 한 번도 해내지 못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40세에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70kg을 준비하면서 초심의 의미를 새삼 느꼈다. 이때까지 너무 거만했던 것 같다. 항상 76kg까지 운동으로 조절하고 나머지는 사우나로 조절하려 했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오로지 운동으로 74kg까지 만들었다. 그러니 밀도와 강도가 훨씬 좋아졌다. 2개월간 벤딩하며 이겨냈던 것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느낀 초심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트레이닝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돌아오지 않을 오늘의 트레이닝을 위해 죽을 각오로 임한다. 마음가짐은 중요한 포인트다.

남경윤 선수의 계속된 근육 성장의 열쇠 완벽해 보이는 보디빌더들도 강점과 약점이 공존한다. 최고의 보디빌더로 성공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하체가 약점이었고. 강점은 이두였다. 그럼 남경윤 선수는?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실타래를 연상하게 하는 가슴, 빵빵한 팔과 깊이가 있는 대퇴사두근이다. 이런 강점을 만들기까지는 무엇이 필요했던 것일까? 다름 아닌 이미지 트레이닝이었다. 남경윤 선수는 정확한 수축과 이완으로 목표 근육에 집중력을 발휘해 근육 성장을 위한 확실한 펌핑의 고통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트레이닝을 위해 자신의 우상인 로니 콜먼을 항상 머릿속으로 그렸다고 한다. ‘저런 모양의 이두가 되어야지, 지금의 운동으로 저렇게 만들겠다’라고 속으로 계속 외치며 운동했다. 이런 마인드 머슬 커넥션이 성공한 부위가 가슴과 팔, 대퇴사두근이었다. 상체 중 가장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팔 부위는 지금은 한 달에 1~2회만 트레이닝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이미지 트레이닝! 등은 안 되더라. 허리재활 운동을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해 선수생활까지 했지만, 아직도 잦은 허리 부상으로 등 운동에 애로사항이 많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등의 이미지 트레이닝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근육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의 집중력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의 신체 부위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라!


밸런스를 확인하라 좌측에 있는 남경윤 선수의 복근 사진을 자세히 확인하라. 이상하면서 신기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주 멋진 근육에 매료돼 발견하지 못한 독자를 위해 알려주겠다. 그의 복근 중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상복부 근육 하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혹시 파열? 그 이유를 알기 위해 그가 운동을 시작했던 때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는 교통사고로 코어 관련 근육을 사용할 수가 없어 재활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때 수술을 마다하고 혼자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기적적으로 재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허리통증으로 그의 몸은 자꾸 한쪽으로 틀어져갔다. 그런 상태로 운동을 계속하니 한쪽 상복부가 잘 성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복근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른 복근은 다 잘 나오는데 아직도 상복부 한 칸만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보이고 어떻게 하면 보이지 않는데 왼쪽 라인은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처음 운동할 때 모든 밸런스가 결정된다. 그때 몸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잘 맞춰가지 않으면 쉽게 고치기 힘들다.” 다른 부위는 밸런스를 맞출 수 있지만 이미 이렇게 된 복근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공백기간이 가져다 준 선물 ‘여유’ 보디빌더로 살아가기 위해 보디빌딩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젊음의 패기?, 부상이 없는 강철 같은 몸?, 금전적 여유? 물론 다 있으면 더없이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야 하는 것이 있다. 그는 2011년 1년이라는 공백 기간을 보내는 동안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를 돌아본 계기가 된 것 같다. 울타리에 갇혀서 보디빌딩만 바라보고 사는 동안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많이 어려웠다. 선수생활과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겸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충제 영업과 센터를 꾸리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업하는 사람들의 고충과 삶의 방식 등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영역에 눈을 떴다고 할까? 이런저런 부분이 힘들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도 공백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처음 몇 개월간은 많이 힘들었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절정에 이른 운동을 그만둬야 하는 실정이라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결 편해졌다.” 보디빌더들에게 불혹에 전성기가 찾아오는 것이 근육의 성숙도가 더해져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한 ‘여유’가 생긴 것이 아닐까? 오랜 경력을 무시할 수 없는 대회 경험,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귀여운 자녀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지원군 아내, 책임지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동료와 운동을 도와주는 후배 서포터들, 노력해서 쌓아 올린 안정적인 위치, 그리고 대회장에서 같이 호흡한 보디빌딩 마니아들....... 이런 작은 부분들이 모여 그의 신체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그의 성적이 이를 증명했고 앞으로도 증명할 것이다.
로니 콜먼과 플렉스 휠러 중 누가 최고라고 생각하는가? 로니다. 플렉스는 누구나 인정하는 예쁜 몸이고, 주관적인 생각으론 보디빌더에 가까운 몸은 로니라고 생각한다. 로니의 몸은 강해 보이고 피질이 얇아 더 선명해서 좋아한다. 현역 올림피아 선수 중에서 로니의 전성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선수는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70kg을 올해까지만 계획하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 -70kg은 죽을 만큼 힘들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체급을 낮춘 뒤 관절도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년엔 -75kg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같은 팀의 부창순 선수에게도 이미 말한 상태다.
그럼 세계대회는 어떻게 준비할 생각인가? 일단 올해 성적에 따라 결정할 생각이다. -70kg에서 연패를 기록한 선수가 아직 없어서 만약 2연패에 성공한다면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는 -70kg으로 나갈 생각이다. 올해 대회를 치러봐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70kg을 준비하면서 탄수화물은 일주일에 한 번, 메밀국수만 먹었다는데? 체중이 안 빠져 10조각 먹던 닭가슴살도 4조각으로 줄였다. 그리고 달걀과 과일을 조금 먹고 탄수화물은 전혀 먹지 않았다. 그러다 일요일 딱 한 끼만 메밀국수를 먹었다. 원래 소화기관이 약하고 또 다이어트 기간이라 소화가 잘되는 메밀이 가장 잘 맞았다.
유산소운동도 4번 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아침 공복, 오전 운동 후 공복, 오후 운동 후 공복, 저녁에 유산소운동을 했고 오히려 웨이트는 줄였었다.
올해 아쉽게 놓친 미스터 코리아! 다시 도전할 생각인가? 일단 체전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리고 선수생활을 계속한다면 또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딱 한 번!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타이틀 아닌가? 그래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많다.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최고의 몸을 만들어 도전할 생각이다.

글 임치훈 사진 임치훈·노석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