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닿으면 찢어질 듯한 철망으로 둘러싸인 경기장에선 상대의 피를 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과격함이 느껴진다. 싸우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옥타곤은 파이터들의 처절함을 확대해 철창을 둘러싼 군중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든다. 이런 야수 같은 전장에서 10승을 거두며 6년째 활동하고 있는 한인 최초 파이터 김동현! 지난 대회에서 주춤했던 그는 잊어라. UFC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무장한 화려한 부활을 다짐한 김동현은 죽지 않았다.

지난 8월 23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MACAO’ 대회에서 그는 웰터급 랭킹 4위 타이론 우들리를 맞이해 1분 1초 TKO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한바탕 클린치 싸움 이후 스탠딩 격돌에서 백스핀 블로를 구사하다 우들리에게 강력한 펀지를 허용하고 연이은 파운딩에 그대로 무너졌다. 이 경기 후에 그는 국내 여론의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김동현이 지나치게 성급했던 것은 사실이다’, ‘과거의 스타일로 복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화려한 타격을 구사할 때는 상황을 잘 가려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모습이 독이 됐다’ 등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전략 실패라는 의견부터 기량 부족이라는 회의론이 그의 패배 그늘을 더욱 휘감고 있었다. 이에 더해 격투기 전문 SNS에 경기 내용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글들이 한동안 올라와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패배 원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리고 <맥스큐>과의 만남에서도 그랬다. 그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는 우들리와의 경기를 떠올리며 자신의 스타일을 더욱 다듬어가고 있었다.

스턴건에서 매미로?
스턴건 김동현, 그의 닉네임은 일본 격투기 무대에서 시작됐다. 스턴건, 즉 말 그대로 전기충격기라고 불리었는데 그 이유는 2006년 일본 종합격투기 단체 DEEP 무대에서의 경기 내용 때문이었다. 총 8번의 경기에서 7승 1무를 기록했는데 그중 KO승이 두 번, TKO승이 세 번으로 상대 일본 선수들이 그의 타격을 받고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쓰러져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치 전기가 흐르는 인간인 것처럼 손만 대면 상대 선수가 쓰러졌다. 이렇게 화려한 타격을 자랑하며 연승을 달리다 2008년 꿈에 그리던 UFC와 4개의 경기를 계약하게 된다. 데뷔 첫 경기라는 큰 부담에도 불구하고 부담에도 TKO승을 거두며 한인 최초 UFC 첫 승을 신고했다. 여전히 스턴건임을 증명하며 화려하게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그는 최고의 무대인 UFC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격하게 치고받는 모험이 아니라 안정적인 스타일로 변하게 된다. 8승을 하기까지 데뷔 무대를 제외한 7승이 상대를 넘어뜨린 뒤 일어나지 못하도록 묶어 놓는 그래플링 전술로 판정까지 가서 승리를 거두는 지루한 스타일의 시합을 펼쳤다. 이때부터 그에겐 나무에 딱 달라붙는 ‘인간 매미’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경기로 승수를 올렸던 일본의 톱 파이터 오카미 유신이란 선수가 UFC에서 퇴출됐다. 이유는 지루한 경기 탓에 협회나 팬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이 이젠 남 얘기 같지 않게 됐다.
“나는 승리를 위한 시합을 펼치는 선수 중 하나였다. 높은 파이트머니를 받고 우월한 레슬링 실력으로 이기기 위한 경기를 펼쳤다. 이기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목적은 경기 내용을 지루하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내 경기를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UFC는 브라질의 강자인 에릭 실바를 상대로 정해줬다. 그때를 전환점으로 삼아 화끈한 경기를 펼치는 선수로 변했지만 당시엔 지옥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단 한 번 졌던 일본의 오카미 선수가 퇴출되는 것을 보고 그 당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레슬링 기술로 살아남기 힘들게 되었으니 말이다.”
UFC는 복싱, 킥복싱, 주짓수, 레슬링 등 다양한 무술을 합쳐 누가 더 뛰어난 기술을 가졌는지를 겨루는 것으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자유롭고 다양하다. 하지만 상업적 목적을 가진 단체이므로 승수보다는 경기 내용이 좋아 팬들에게 인기 있는 파이터가 오히려 더 오래 살아남는다. 마냥 살아남기 위해 안정적으로 승수만 쌓는다면 퇴출로 직결되는 정말 잔인한 곳이다. 그래서 다른 단체처럼 사라지지 않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아무나 뛸 수 없는 최고의 무대에서 경기를 원하는 대로 풀어나가지 못한 자신에게 한 방 맞은 느낌이 들었다. 원래 화끈하고 통쾌한 타격 스타일을 좋아했었는데 승수에 대한 압박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격투기 시합을 뛸 때가 가장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다시 머릿속에 새기며 압박에서 벗어나 즐기기로 다짐했다. 격투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바로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며 기회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더는 뛸 수 없을 대회에서 화끈하게 치고받는 스타일로 모든 것을 다 해보자고 다짐하며 경기에 임했다. 그런 그는 에릭 실바를 상대로 시종일관 난투를 펼치다 결국 2라운드에서 왼손 카운터 펀치를 퍼부어 KO승으로 이끌었다. 자기 내면에 있던 Stun Gun을 다시 꺼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이 게임으로 UFC에서 불안했던 입지가 확고해졌다.

나는 죽지 않았다. 해답은 매턴건?
완전히 변신에 성공한 김동현 선수! 상위 랭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었다. 바로 타격에 능한 우들리와의 대결! 하지만 그의 판단 미스로 1라운드 1분 1초에 TKO로 충격적으로 패하며 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상위 랭킹이라는 벽이 그만큼 높았던 것일까? 판단 미스였을까? 미국 도박사들은 우들리(61.14%)의 근소한 우세를 점쳤는데 그게 현실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김동현 선수에게 버전 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단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친 대회로 실망을 끼쳐 죄송한 마음이 든다. 앞선 경기들을 보고 이 대회를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화끈하게 하려고 했던 내 욕심이 컸나 보다. 이런 패배를 잊지 않고 더 단련해 일본에서 다진 슈퍼슬러거의 장점과 UFC 초기의 끈끈한 그래플링 스페셜리스트 전법을 융합해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경기장에 서겠다.”
상위 레벨로 갈수록 자신의 스타일 내에서 발전만 이뤄도 대단한 건데, 스타일의 변화와 실력의 급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건 종합격투가로서 엄청난 성과다. 이제 겨우 3패를 기록한 그다. 즐기기로 마음먹고 변한 모습을 보여줬다.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앞으로도 절대 그냥 끝내지 않을 것이다. 운동만 하면 행복했기에 모든 것을 걸고 시작한 격투 인생 10여 년! 전부터 꿈꿔왔던 인생 최대의 목표인 UFC에서 승패에 상관없이 누구나 인정하는 스타일로 경기를 전개하며 모든 스타일의 격투 방식을 쏟아내며 즐길 것이다. 그래플링의 매미와 타격의 스턴건을 혼합한 스타일인 매턴건으로 확실히 버전 업을 이룬 그의 모습을 보니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김동현은 어떻게 종합격투기를 시작했나?
운동을 하던 그는 넉넉치 못한 가정 형편으로 우리나라보다 최저임금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뉴질랜드로 떠났고, 클럽 보안요원으로 일하다가 클럽이 영업을 정지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다. 건축기사 일이라는 말에 속아 하수구 뚫는 일에 나섰다가 오물을 잔뜩 뒤집어 쓰기도 했고, 남대문 옷가게에서 일본인 손님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돈 있는 사람들과 빈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했지만 결국엔 그와 맞지 않았다. 뭘 해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그의 삶을 전부 모아보면 한 편의 청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그 모든 방황의 끝은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으로 연결됐다. 그는 뭘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자 부모님을 찾아갈 용기가 생겼다. 격투가가 되기 위해 다시 한 번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보자고 생각을 굳힌 것이다. 당시 김동현 선수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 저는 이런저런 일들을 다 해봤지만 결국 해낼 능력도 없었고 끈기도 부족했어요. 하지만 제 중고등학교 시절을 기억해보세요. 비바람이 몰아쳐도 운동은 하루도 안 빠지고 나갔잖아요. 전 끈기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운동을 정말 좋아해서 그랬어요. 하루에 유도와 합기도, 태권도 교실을 모두 가겠다는 욕심에 오토바이 면허증도 딴 거 기억하세요? 유치하다고 생각하실진 모르지만 저에겐 세상 모든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로 인정받고 싶은 꿈과 열정이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그 열정에는 변함이 없어요. 누가 하지 말라고 말려도 전 운동만 할 수 있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제발 한 번만 다시 운동할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한 번이라도 지면 그땐 그만둘 테니 꼭 부탁 드려요.”
한 번이라도 지면 그만두겠다고 말씀 드리고 결국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링에 복귀할 수 있었다.

집에 강아지가 5마리라고? 직업과 안 어울리게 애완동물인 강아지를 좋아한다. UFC에는 아마도 나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선수가 의외로 많을 것 같다. 좋아하긴 하지만 훈련이나 시합을 뛰고 오면 5마리가 누가 누군지 못 알아볼 때가 있다.
학창시절에도 싸움을 잘했나? 명문고인 충남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싸움은 커녕시비조차 없었다. 사실 약할수록 더 많이 싸운다. 약소국들이나 이런저런 분쟁으로 싸우는 거지 정말 강대국은 아무도 안 건드린다. 그래서 싸운 적이 없었나?(웃음)
UFC 옥타곤에서 비벼지거나 내동댕이쳐질 때 충격은? 옥타곤은 말 그대로 진짜 철창이다. 철사에 강하게 맞으면 아픈 것처럼 머리나 팔꿈치가 세게 부딪치면 아프다. 그나마 바닥은 푹신하고 천이라 미끄러워 철창보단 낫다. 특히 로고가 페인팅된 곳은 미끄럽지 않기 때문에 이곳을 밟고 추진력으로 테이크 다운 같은 공격을 한다.
웰터급이 가장 치열하다던데? 웰터급은 선수층이 두껍기로 악명이 높다. 다른 체급 선수들은 몇 차례만 연승을 거두면 금방 인기를 얻기 시작하고, 운이 좋으면 타이틀전까지 거머쥐는 경우도 많지만 웰터급은 아무리 이기고 또 이겨도 타이틀전의 기회는 싶게 주어지는 않는다. 죽음의 체급이다.

종합격투기 선수 몸을 갖기 위한 궁극의 운동방법들
역도 리프팅을 하라 크로스핏의 모태인 역도 리프팅은 숨어 있는 순발력과 파워를 찾아 키워준다. 전체적인 신경계를 발달하게 하고 근육과 건, 인대를 강화한다. UFC 선수 대부분이 크로스핏 훈련을 한다.
코어를 강화하라 펀치는 단순히 팔만 뻗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테이크 다운을 건다고 상대가 그냥 넘어지는 것도 아니다. 몸의 중심에 있는 힘으로 펀치를 날리고 상대를 쓰러뜨려야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코어 강화는 필수다.
체력운동으로 지구력을 강화하라 5분이라는 시간이 짧아 보이지만 상대와 치고받고 쓰러뜨러야 하는 종합격투기 선수들에게 5분은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는 시점이다. 체력이 약점이라면 승부가 뒤집힐 수 있다. 그래서 서킷트레이닝, 인터벌 트레이닝을 매일 소화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라 상대가 절대 일반적인 공격을 하지 않는다. 예측 불허의 펀치와 킥에 맞서 던지고 버텨야 한다. 이렇게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는 근력도 필요하지만 근육도 버텨줘야 한다. 역도 선수가 역도를 잘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글 임치훈 사진 김성연(206 graph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