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인격의 연장이며, 옷은 개성을 드러낸다. 일할 때 입는 워크 웨어(Work wear)는노동의 숭고한 가치가 깃들어 있는 동시에 작업자의 환경, 성격, 스타일 등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워크 웨어가 본격적으로 패션의 영역으로 들어온 시기는 대체로 197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레타 포르테(Prêt-à-porter: 기성복 박람회)’에서 소개된 후로 꼽는다. 그 이전까지는 외국에서도 워크 웨어는 단순 작업복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1920년대 미국에서는 노동자 직업군을 작업복의 색으로 나누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블루칼라(Bluecollar: 생산직 노동자)와 화이트칼라(White collar: 사무직 노동자)라는 표현이 있다. 현대 워크 웨어는 20세기 초 미국 노동자가 입었던 옷을 효시로 본다. 그 시절 노동자의 옷이 패션의 영역으로 들어와 21세기에도 유행하고 있다. 워크 웨어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디자인이나 실용성 등 눈에 보이는 영역을 초월해 노동이 깃든 삶의 희로애락이 옷에 배어 있어 현대와 그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워크 웨어의 특징
워크 웨어는 주로 광부나 공장 노동자, 정비공, 목수 등 거친 환경에 노출된 노동자의 옷이 발전한 형태다. 옷이 잘 찢어지지 않도록 매우 강하고 질긴 원단을 사용하며, 움직이면서 다양한 공구를 활용하거나 수납해야 하기에 주머니가 많고 디자인도 실용적이다. 또 편안한 움직임을 보장하기 위해 품이 넉넉해야 하지만 다니면서 선이나 기계에 걸리지 않도록 너무 넓어서도 안 된다. 이처럼 워크 웨어는 기본적으로 작업 환경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작업 수행 능력을 향상하는 옷이어야 한다.
뚜렷한 목적의 워크 웨어: 프렌치 워크 재킷

프렌치 워크 재킷은 프랑스에서 육체노동을 하던 사람들이 입던 재킷으로 워크 웨어로서 상징성이 크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대체로 파란색이라는 점인데, 블루칼라 노동자가 입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같은 파란색이라도 명도와 채도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는데, 빈티지 제품을 보면 시대에 따라 빛바랜 색감의 매력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주머니는 일반적으로 한쪽 가슴과 양쪽 옆구리에 하나씩 총 3개가 있다. 칼라는 상대적으로 미국의 워크 재킷보다 폭이 좁으며, 깃 받침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프렌치 워크 재킷 원단은 튼튼한 몰스킨(Moleskin)과 트윌 코튼(Twill cotton) 원단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특히 몰스킨 원단을 사용한 제품이 자신만의 옷으로 에이징(Aging)이 잘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몰스킨은 일반 면 원단보다 무겁고 한쪽 면이 기모(직물의 표면을 긁어 보풀이 일어나게 한 원단)이기 때문에 부드럽고 따뜻해 가을, 겨울 작업복으로 알맞다. 이름 또한 두꺼운 면이 두더지 피부 같다고 하여 몰스킨이라 불린다. 트윌 코튼은 씨실과 날실이 두 올 이상 교차하여 비스듬한 무늬가 형성되는데 실의 밀도가 높아 내구성이 좋다.프렌치 워크 재킷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자체의 ‘프랑스’스러움이다. 워크 웨어의 본질적인 심플함과 모던함이 프랑스와 만나 워크 웨어계의 ‘프렌치 시크(파리지앵 특유의 무심하면서 시크한 분위기)’를 탄생시켰다. 거침과 우아함이 뒤섞여 하나의 패션 예술로 승화했다. 이러한 프렌치 워크의 매력은 워크 웨어 전반을 패션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효율적인 워크 웨어: 퍼티그 팬츠

퍼티그 팬츠(Fatigue pants)에서 Fatigue는 사전적 의미로 군인의 잡역, 작업복을 뜻하는데, 그 유래에서 비롯된 것처럼 대표적인 워크 웨어 아이템 중 하나다. 1900년대 중반 미군 작업복으로 쓰이기 시작해 전투복으로 활용됐다는 기원과 영국의 제빵사를 위한 작업복(이 때문에 베이커 팬츠라고도 불린다)으로 시작해 영국군에 납품되고, 이것이 미국 군복에 영향을 줬다는 기원이 있다. 어찌 됐든 공통점은 작업복으로서 실용성과 활용도를 인정받아 군복으로 사용된 후 현대 워크 웨어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퍼티그 팬츠는 OG-107로 올리브그린(Olive green)-107색에 면 100%로 만들었다. 면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땀 배출이 쉽고 활동성이 좋았던 점이 군용으로 채택된 주요 이유였다. 새틴(Satin)은 퍼티그 팬츠의 주요 소재다. 퍼티그 팬츠의 외부에는 기존 새틴을 뒤집어서 사용했다. 새틴은 씨실과 날실이 표면에 길게 나타나 조직점이 일정하고, 겉이 매끄럽다. 반면 마찰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는데, 안쪽 면은 이와 반대로 조직점이 일정하지 않아 오염과 마찰에 강하다. 이 때문에 뒤집어서 썼다는 추측이 나온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두 개의 실을 평행으로 놓고 재봉해 견고함을 자랑한다. 또 전면 주머니는 바깥으로 나왔고, 후면 주머니는 내용물이 나오지 않도록 뚜껑을 달았다. 퍼티그 팬츠는 잡역과 군 복무에 사용됐을 정도로 야성적인 동시에 친화력이 좋다. 쨍한 올리브그린 색이 쉽게 어울리지 못할 것 같으나 캐주얼, 클래식, 스포티 등 어떠한 상의 스타일도 소화할 수 있다. 실제 작업복으로 입어도 손색이 없으며, 디자인적 영감을 끊임없이 불어넣는 퍼티그 팬츠의 매력은 잎이 떨어지는 쌀쌀한 날씨에 유독 잘 어울린다.
안전을 위한 워크 웨어: 엔지니어 부츠

부츠(Boots)는 장화로 해석되는데, 위쪽이 복숭아뼈 위로 올라와 종아리를 덮을 정도로 목이 긴 신발이다. 종류에 따라 여미는 방식과 길이, 용도가 다양하다. 그중 엔지니어 부츠는 1940년대 미국에서 철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신발로 탄생했다. 당시 증기 기관차에서 석탄을 땔 때 떨어지는 불씨로부터 노동자의 발을 보호할 신발이 필요했기에 끈이 없고 버클과 벨트로 여미는 엔지니어 부츠가 개발됐다. 부츠앞쪽에는 낙하나 깔림으로부터 발등을 보호하기 위해 스틸 토(Steeltoe)가 장착됐고, 아웃솔에는 오일 레지스탄트(Oil resistant)가 적용돼 기름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디자인됐다. 자연스럽게 트럭 운전사, 중장비 관리자, 제철소 노동자 등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이후에 바이커들이 애용하며 마초적인 신발의 대명사로 지금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1950년대 이후의 영화, 광고 등 미디어에서는 바이크를 타는 이들을 가죽 재킷, 청바지, 엔지니어 부츠를 이용해 묘사하면서 남성성의 상징으로 소비하기도 한다. 현대에 와서는 과거의 안전화 이미지보다 패션 부츠로 인식되면서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이 터프한 가죽 부츠는 가을, 겨울의 중후한 무게감을 표현하기 좋으며, 상하의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완벽한 워크 웨어 스타일을 하고 싶다면 시도해볼 만한 신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