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은 중세 시대부터 꾸준히 고급스러움의 상징이었다. 특유의 광택과 부드러움, 솜털로 나를 감싼 듯한 아늑함은 벨벳만이 가져다주는 상징적인 만족감이다. 하지만 자칫 어울리지 않는 벨벳 스타일링은 촌스러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아무에게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주지 않는 것이 벨벳이다. 14세기 잉글랜드 국왕 리처드(Richard) 2세가 본인을 푸른 벨벳으로 매장해달라고 했을 만큼 벨벳은 고급스럽지만 아무렇게나 입었다가는 자신의 패션 역사에서 흑막으로 묻힐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역사적인 원단에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며, 무엇보다 보온성이 좋아 가을 겨울 옷으로 입기에 적합하다. 올겨울에는 까만 롱패딩에서 벗어나 벨벳으로 나만의 개성을 연출해보자.
벨벳(Velvet)이 원단?

벨벳을 면이나 울처럼 하나의 소재로 만든 원단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벨벳은 곱고 짧은 털을 촘촘히 돋게 짜서 원단 표면을 깃털처럼 부드러운 느낌이 들도록 한 것이며, 다양한 소재를 특유의 직조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자세히 만져보면 무수히 많은 솜털이 일어난 것 같은 부드러움이 전해지며, 솜털 길이는 0.3~1㎜ 정도다. 촉감이 좋고 광택이 나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며, 의류는 물론 소파나 쿠션, 케이스 등 다양한 곳 에 활용된다. 과거에는 벨벳을 만들려면 섬유의 결이 매우 세밀해야 했기 때문에 비단으로만 벨벳을 짤 수 있었다. 따라서 벨벳 자체가 비단으로 인식되며 최고급품에 속했지만 현재는 직조 방식이 발달해 레이온, 울, 리넨, 면,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세테이트 등 다양한 섬유를 섞어서 사용할 수 있다.

섬유가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가공 방식의 특성상 벨벳은 다른 원단에 비해 여전히 비싸다. 벨벳을 직조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섬유와 달리 직물이 두 겹으로 겹치게 만든 다음에 가운데 부분을 수평으로 잘라 양쪽 직물의 섬유 단면이 촘촘하게 일어나도록 한다. 또 직조할 때 바탕용 날실과 파일용 날실을 교대로 조직한 후 형성된 고리 모양의 루프(Loop)를 잘라 치밀하게 일어난 표면을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을 커트벨벳(Cut-velvet)이라고 하며, 루프를 자르지 않고 고리 형태로 둘 경우 언커트벨벳(Uncut-velvet)이 라고 한다.
벨벳의 특징

벨벳은 중세 유럽에서 확산된 이후 주로 왕족이나 귀족, 종교인의 예복으로 사용될 정도로 고급스러움을 상징한다. 이런 고급스러움은 벨벳 특유의 광택과 솜털이 선 듯한 재질감에서 비롯된다. 조명의 강도와 방향에 따라 광택이 다르게 느껴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벨벳의 종류마다 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손으로 만졌을 때 그 방향대로 결이 움직이는 등 사용자의 터치감에 따라 흔적이 그대로 남는 것도 벨벳을 쓰는 재미 중 하나다. 사용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옷이 마치 그 사람의 자취를 그대로 품고 있는 듯하다. 아우터로 벨벳 의류를 착용할 때는 의복 자체에서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이 풍기기 때문에 포인트로 활용하기 좋으며 다른 액세서리를 많이 착용하면 자칫 전체적으로 과해 보이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벨벳의 우아함은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줬는데, 대표적으로 소재와 구조 자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가 벨벳의 유려함을 극대화해 표현했다. 벨벳의 단점은 섬유 털이 촘촘하게 일어나 있어 먼지가 잘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달라붙은 먼지는 잘 떨어지지도 않아 먼지에 민감하다면 벨벳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앞서 얘기한 자국이 남는다는 점도 호불호가 갈려 사용에 따른 결의 흔적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벨벳의 기원

벨벳의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9세기경 상인들에 의해 카슈미르에서 바그다드 지방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에 중세의 스페인 지역과 이집트 카이로를 거쳐 베니스를 통해 유럽 지역으로 확산됐다. 유럽에서 벨벳이 본격적으로 생산된 것은 13세기 말 이탈리아에서다. 이 시기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상공업자 동업자 조직인 길드가 형성돼 실, 염색, 밀도의 상태 등 벨벳에 관한 품질 규정이 정해졌다. 이는 벨벳 제작이 당시 최고 직조 기술과 숙련공을 필요로 했으며, 왕족과 귀족들의 재산목록에 포함될 정도로 최고급 원단이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당시 벨벳은 르네상스 시대 무역 발전의 한축을 담당했다.
벨벳의 발전

실크로만 만들 수 있었던 벨벳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소재로 만들 수 있게 됐다. 18세기 북부 유럽에서는 울을 이용해 벨벳을 만들기 시작했고, 19세기에는 면 소재의 벨벳이 생산됐다. 이러한 소재의 발전은 벨벳의 대량생산과 대중화를 이끌었고, 합리적인 벨벳 이용을 가능케 했다. 19세기 후반에는 얇고 비치는 원단인 시폰(Chiffon)을 이용한 시폰벨벳이 등장했는데, 기존 벨벳보다 바닥이 얇아 더 부드럽고 가볍다. 1920년대부터는 레이온이 벨벳에 이용됐는데, 재생섬유이면서도 실크와 비슷한 느낌을 지니기 때문에 실크 벨벳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벨벳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유지한다는 장점을 가졌다. 이처럼 벨벳은 기술적 진보에 힘입어 다양한 변화를 꾀하면서 대중에게 다가갔고 오늘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받는 원단으로 자리 잡았다.
벨베틴(Velveteen) 18세기 초 프랑스 리옹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벨베틴은 면으로 짜인 침구류에도 많이 사용된다. 면으로 만들어 겨울철에 보온성이 좋으며, 여름철에는 열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코듀로이(Corduroy) 직물의 텍스처가 솜털처럼 심어져 있는 게 벨벳과 제작 방식이 비슷하다. 다만, 밭이랑을 판 것처럼 골이 형성돼 독특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18세기 유럽에서 사용돼 처음에는 귀족들이 주로 입었으나 벨벳과 달리 점차 노동자, 서민들이 많이 입었으며, 20세기 중반에는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이 즐겨 입으며 패션계에서 주목받았다. 두껍고 보온성이 좋아 일반적으로 가을, 겨울에 많이 입으며, 뛰어난 내구성과 부드러운 착용감이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코듀로이가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인기를 얻다가 이후에는 촌스럽다는 이유로 한동안 멀어졌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확산된 레트로 열풍으로 코듀로이 소재를 찾는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관리가 중요한 벨벳

먼지
패브릭 브러시를 이용해 한쪽 방향으로 쓸면서 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접착력이 강하지 않은 테이프 롤을 이용해 원단이 손상되지 않게 살짝 눌러줘 먼지를 떼거나 스펀지를 이용해 먼지를 털어낼 수 있다.
세탁
벨벳을 세탁할 때 주의할 점은 세제를 푼 물에 되도록 빨리 주물러 빨고, 수건으로 눌러주면서 물기를 제거하거나 짧은 코스의 세탁기 탈수 기능을 이용해야 한다. 이때 면이나 폴리에스테르 소재 벨벳은 알칼리성 세제를 사용해도 되지만 아세테이트 소재 벨벳은 중성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관
벨벳은 습기에 취약해 곰팡이가 생기거나 광택이 약해질 수 있다. 보관 시 통풍이 잘되는 곳에 커버를 씌우는 방법이 권장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