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자동차 회사들은 장난꾸러기들만 채용하는 걸까? 아니면 만우절 전담 부서가 따로 있나? 이 사람들이 매년 만우절만 되면 이런저런 농담들을 툭툭 던지는데, 때론 너무 기발해서, 가끔은 너무 황당해서, 어떨 때는 너무 유쾌해서 일부러라도 찾아보게 된다. 그동안 자동차 회사에서 친 만우절 장난엔 무엇이 있었을까?
난해한 신차의 향연
▼ 탄소섬유 깃털로 제작한 맥라렌 ‘570 GT 깃털 에디션’

최근 자동차들은 경량화에 집중하고 있다. 경량화는 연비를 높이는 동시에 주행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다. 차체에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적용하는 건 모두 어떻게든 무게를 줄이기 위한 제조사들의 노력이다.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은 2017년 만우절, 경량화를 향한 치열한 고민이 담긴, 당황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줬다. 바로 맥라렌 570 GT 깃털 에디션이다. 570 GT를 뒤덮고 있는 건 그냥 깃털이 아니다. 무려 탄소섬유로 만든 가볍고 성긴 깃털이다. 이 특별한 깃털을 1만 개나 두르고 있는데 모두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탄생하는 작품이다. 한 대를 만드는 데 무려 300시간이 걸리며, 탄소섬유 깃털 1만 개의 무게는 고작 2.5㎏에 불과하다. 이 사람들, 농담을 너무 세부적으로 꾸민다.
▼ BMW ‘M3 픽업트럭’

맥라렌 깃털 에디션처럼 낯선 건 아니지만 어딘가 어색한 모델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1년 BMW는 특별한 M3를 발표했다. 바로 M3 픽업이다. 분명 그 멋진 M3인데 지붕이 1열에서 끝난다. 그 뒤는 직각으로 딱 잘랐다. 앞만 보면 날카로운 M3인데 뒤에서 보면 영락없는 픽업트럭이다. 그런데 이 차는 실제로 제작됐다. 사실 픽업트럭은 맥라렌처럼 깃털만 붙이면 되는 수준이 아니다. 수제로 긴 시간을 들여 꼼꼼히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BMW는 결국 그걸 하고 말았다. 물론 여러 대를 만든 건 아니다. 딱 한 대만 특별 제작했다. 즉, M3 픽업트럭이란 모습으로 볼 수 있는 사진은 그래픽으로 만든 그림이 아니란 얘기다. 실제 촬영한 사진이다.
▼ CR-V의 지붕을 걷어낸 ‘정통 로드스터’

이 낯선 특별 모델 제작에 혼다도 지난해 동참했다. 바로 CR-V 로드스터다. 혼다 영국 법인은 CR-V의 지붕을 걷어내고 정통 로드스터를 선보였다. 굳이 정통이란 말을 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 CR-V 로드스터는 소프트톱도, 하드톱도 아니다. 정말 그냥 지붕만 싹둑 잘라냈다. 혼다 영국 법인은 이 모델을 공개하면서 ‘날씨가 좋은 곳에서는 꽤 유용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말인즉 영국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얘기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리 쓸 만하지는 않을 것같다. 쓸 만한 SUV를 쓸모없게 만든 혼다도 있지만 오직 달리기에만 초점을 맞춘 차를 쓸 만하게 만든 곳도 있다. 르노 스포츠다. 르노 스포츠는 F1 경주차를 해치백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하요나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화살표를 콕 찍어 트렁크라고 설명하는 건 거기가 핵심이란 얘기다. F1 경주차로 여행도 갈 수 있는 날이 과연 올까? 오히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르노 스포츠의 이아이디어는 아직 스케치에만 머물러 있다. 포르쉐는 미션 E 트랙터를 내놨다.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친환경 트랙터인데 출력이 엄청나다. 무려 700마력이다. 이 사람들의 농담은 정말 한계를 모르는 것 같다. 미션 E 트랙터는 실시간 기상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췄고 모바일 농민 포럼 기능을 제공한다. 물론 이건 순수한 포르쉐의 ‘만우절 선언’이다.
친환경차의 신기원!
▼ 오펠의 태엽 구동 자동차 ‘아담 C’

2014년 4월 1일. 인류는 역사적인 한 걸음을 내딛었다. 바로 영국 자동차 브랜드 미 니가 홍차로 가는 자동차, 미니 쿠퍼 T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친환경차를 향한 집념의 놀랍고도 아름다운 결과물이요, 과학사에 길이 남을 큰 족적…이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장난이었다. 하지만 차를 뜻하는 영어 단어 ‘Tea’를 이름으로 달고 나온 미니 쿠퍼 T의 작명 센스와 유니언 잭을 입힌 홍차 주전자를 넌지시 주유구에 들이민 익살은 실망을 기어코 웃음으로 반전시켰다. 복스홀이라는 영국 자동차 회사는 2018년 4월 1일 모카라는 소형 SUV 라인업에 모카 C라는 모델을 추가했다. 이 차도 뒤에 붙은 이름, C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C는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커피다. Coffee의 머리글자를 가져온 셈이다. 사실 모카의 알파벳은 MOKKA지만 커피의 한 종류인 MOCHA와발음이 같은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들은 모카 C가 커피로 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주장이기도 하고 주작이기도하다. 이렇게 색다른 연료는 아니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가는 자동차도 만우절에 종종 나타났다. 가장 낯선 건 오펠의 아담 C다. 눈치빠른 사람은 이름 뒤에 붙은 C가 과연 무엇을 의미할지 가장 먼저 주목하겠다. C는Clockwork를 뜻한다. 의미는 태엽이다. 아담 C는 세계 최초의 태엽 구동 자동차로 15분 동안 태엽을 감으면 무려 200㎞를 달릴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차 역시 지난해만우절에 발표됐다.
이런 기능 어때?
▼ MINI의 커플 추천 시스템 ‘커넥트 어스 애플리케이션’

혼다는 2017년 4월 1일 솔로들의 마음을 훔칠 엄청난 기능을 선보였다. 이름은 바로 H-스와이프. 주변에 H-스와이프를 장착한 운전자를 데이트 상대로 추천하면서 앞유리에 장착된 디지털 스크린에 띄워준다. 그럼 상대를 보고 와이퍼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된다. 이렇게 본인의 마음을 표시하면 해당 인물과 연결되거나 새로운 인물이 추천된다. 비슷한 기능은 미니에도 있다. 미니는 커넥트 어스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하필이면 2013년 4월 1일에 발표했다. 미니 주인과 커플을 맺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커플 추천 시스템의 로직이 약간 독특하다. 미니 드라이빙 익사이트먼트 애널라이저로 주행 성향을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커플이 될 만한 상대를 추천해준다. 말랑말랑해진 2019년의 미니라면 좀 의아하겠지만 한창 탄탄하던 2013년의 미니였다면 충분히 그럴 만했으리라 짐작된다.
혼다의 ‘경적 시스템’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이 나왔던 적도 있다. 푸조 무드 페인트다. 자동차 색상이 운전자의 기분에 따라 변한다.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해당 시스템이 운전자의 심박수와 체온, 스트레스 지수 등을 파악해 기분을분석한다. 이에 따른 정보를 토대로 운전자의 기분을 읽어 활성 상태의 분자로 이뤄진 페인트가 스스로 색상을 바꾼다. 2012년 4월 1일 발표된 이 기술은 물론 순전히 다 ‘뻥’이다.
▼ 기분 상태를 나타내는 아우디의 ‘LED 헤드라이트’

혼다는 기분을 드러내는 경적 시스템을 선보인 적도 있다. 운전을 오래한 사람이라면 보통 상대방이 경적을 울린 타이밍과 지속 시간, 강약 등을 토대로 대략적인 기분을 파악하곤 한다. 물론 짐작에 불과하긴 하다. 아무런 오해 없이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혼다의 시스템은 조작도 간단하다. 운전대 중앙에 자리한 웃음과 놀람, 분노, 짜증 등을 나타내는 이모티콘 버튼을 누르면 된다. 혼다는 이 기능이신형 오딧세이에 적용될 예정이라며 유유히 만우절을 즐겼다. 이에 비해 아우디는 좀 더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바로 LED 헤드라이트다. 이 기능은 굳이 소리를 해석할 필요도 없다. 헤드라이트로 직접 보여준다. 무엇을? 이모티콘을. 솔직히 좀 유치하다. 물론 아우디 역시 절대 진지했을 리 없다.
만우절은 동물도 비껴가지 않는다

로터스는 지난해 4월 1일 고양이용 헬멧을 내놨다. 격하고 날카로운 주행을 즐기는로터스 주인들의 반려묘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 이 헬멧은 영국 로터스 헤셀 공장에 사는 고양이 클락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슈퍼맨의 이름과 고양이의 이름이 같은 게 우연이 아닌 듯한 건 오로지 기분 탓이라 생각하자. 어쨌든 이 헬멧은 로터스 익스클루시브 프로그램을 통해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이제 서킷을 내달릴 때도 고양이와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것도 하필이면만우절에.

스코다는 중형 세단 수퍼브에 강아지용 우산을 탑재했다. 역시나 하필이면 만우절에 발표했다. 네 발을 모두 보행에 사용하는 강아지는 우산을 들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래서 스코다는 우산이 고정된 강아지 옷을 만들어 영국 시장에 내놨다. 특수하게 제작된 이 옷을 입히면 강아지도 우산 아래서 비를 피할 수 있다. 단, 머리 주변만 비에서 자유롭다. 허리 뒤 엉덩이 부근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이런 일에 왜 프로젝트 매니저까지 붙었는지 모르겠고, 실존하는지 가상의 인물인지도 알 수 없지만 자크 러슬이라는 담당자는 말했다. “영국 시장 최초로 강아지용 우산을 내놔 무척 즐겁다”면서 “영국의 비는 세계에서 가장 눅눅한 것으로 공인 받았기때문에 애견 시장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라고. 너무 진지하게 나오니까 잘못하면 속아 넘어가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밥 먹고 합시다!
▼ 미니 ‘JCW(John Cooker Works)’

2017년 미니는 새로운 개념의 JCW를 선보였다. 원래 JCW는 John Cooper Works를 의미하는 고성능 모델이었다. 물론 신개념 JCW도 어떤 의미에서는 고성능일 수 있다. 어디에도 없던 기능을 선보였으니까. 새로운 JCW는 John Cooker Works다. 잘못 쓴 거 아니다. 맞는 철자다. 미니는 컨버터블 모델에 작은 주방을 만들었다. 소풍이나 휴가는 물론 푸드트럭, 아니 푸드 컨버터블을 개업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기본 옵션은 조리대와 도마 등이 전부지만 꾸밀 수 있는 폭이 넓다. 다만 만우절 한정판이다. 사실 요리와 관련해 미니보다 선도적인 도전의식을 보여줬던 건 아우디다. 아우디는 밥을 지었다. 그것도 기함인 A8에서. 아우디 일본 법인은 A8 쿠킹 라이스 에디션을 선보였다.
▼ 일본 한정판 ‘아우디 A8 쿠킹 라이스 에디션’

2014년 만우절에 나왔는데 일본 한정 모델이었다. 뒷좌석 가운데 밥을 지을 수 있는 가마솥이 들어가 있다. 뒷좌석에 설치된 VIP 전용 모니터에서 밥맛과 시간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일본 한정판으로 선보여 시트는 다다미, 즉 왕골로 짠 일본식 돗자리로 꾸몄다. 파릇파릇해서 반찬으로 착각할수 있지만 먹으면 안 된다. 식용이 아니다. 물론 현실에 존재 하지도 않는다. 사진은 모두 그래픽이다.
믿는 자에게 복이?

지난 2015년 뉴질랜드에서는 4월 1일 자 <뉴질랜드헤럴드>라는 신문에 BMW 광고가 게재됐다. 다만 제품 광고는 아니었다. 알림 광고였다. 지역 내 위치한 BMW 전시장으로 해당 신문 광고를 가지고 제일 먼저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5만 뉴질랜드 달러, 당시 가치로 약 4,000만 원 상당의 BMW 신차를 타고 온 차와 바꿔주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광고가 실린 신문 발행일이 4월 1일, 즉 만우절이었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당연히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클랜드 주민인 ‘티아나 마시’는 광고를 보자마자 친구와 함께 15년이나 탄 닛산의 준중형 왜건을 끌고 해당 매장을 방문했다. 만우절 장난일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장 직원에게 광고를 내밀었다. 그런데 직원은 두말 않고 BMW 1시리즈의 키를 내줬다. 모두가 장난으로 생각했던 만우절 광고를 믿은 탓에 행운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그리고 전시장에서는 NOF00L이란 번호판을 달아줬다. 숫자 0두 개를 알파벳 O로 읽으면 바보가 아니다라는 의미가 되는 번호판이다. 그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뻤다”라고 했고 전시장은 “광고에 나온 조건이 아주 좋아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며 “그런 통념을 깨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만우절의 반전 해피엔딩이 이뤄지고말 았다.
글 고정식(〈모터 트렌드〉 한국판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