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의 SUCCESS STORY
최고의 체조 선수에서 ‘닌자 워리어’ 대회 우승자가 되기까지 케이시 카탄자로는 누구보다 격동적인 삶을 살아왔고, 온라인 악플에도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이 대담한 여제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신장 150cm의 여성이 4m 높이의 휘어진 벽과 대결한다. 절대 공정한 싸움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사실 이 싸움의 패자는 벽이었다. 케이시 카탄자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메리칸 닌자 워리어(ANW)’ 대회에서 이 벽을 힘 들이지 않고 타고 올라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직접 만나본 케이시는 밝고 활력 넘치는 성격이었으며, 성격으로 보나 운동능력으로 보나 챔피언의 명성에 걸맞았다. 케이시는 자신의 능력을 대놓고 자랑하기보다는 겸손함을 미덕으로 삼았고, 거만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케이시가 조금 잘난 척을 하더라도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의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2014년, 케이시는 ANW의 역사를 네 번이나 다시 썼다. 케이시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휘어진 벽을 타 넘었고, ANW 코스를 완주했으며, ANW 시티 코스를 완주한 끝에 ANW 결승전에도 이름을 올렸다. 케이시가 수직에 가까운 벽을 올라가 코스를 완주하는 모습을 수백만 명이 유튜브로 지켜봤고, 케이시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전 세계의 여성들은 자신도 신장의 세 배에 달하는 벽을 언젠가는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됐다. 곧 케이시에게 영감을 받은 여성 도전자들이 ANW에 참전해 벽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케이시는 마냥 행복해 보였다.“정말 재밌다. 사람들은 나 같은 여자가 벽을 타 넘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난 그들의 공격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내가 그 벽을 왜 그렇게 타 넘고 싶어 했을까?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내가 수문을 열자 나보다 더 멋진 여성들이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남녀의 장벽을 뛰어넘는 여성이 늘어날수록 여성의 지위는 더 향상될 것이다.” 케이시가 당당하게 말했다.

케이시의 벽 타기 2014년, 케이시는 여성 최초로 휘어진 벽을 타 넘었다. 올해는 벽이 15cm 더 높아쟜다고 한다. 이것이 단순한 우연일까?
닌자의 탄생케이시가 닌자 워리어를 시작한 계기는 다른 운동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애초에 닌자 워리어를 목표로 운동선수가 되는 사람은 없다. 케이시처럼 선수 생활을 마치고 운동능력을 발산할 새로운 길을 찾다가 대회에 나서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케이시는 체조 선수로 활동하다가 대학 졸업과 함께 은퇴했다. 케이시는 과거에 아버지와 함께 ‘사스케’라는 일본 TV 방송을 즐겨 보고는 했다. 100명의 참가자가 다양한 장애물로 구성된 4단계 코스를 완주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장애물 중에는 ‘악마의 그네’, ‘연어 사다리’, ‘달리는 달팽이’, ‘고슴도치’ 같은 특이한 이름이 많았다. 대부분 시청자는 비참히 실패하는 참가자들을 보며 즐겁게 웃는 데 그쳤지만 케이시는 그 방송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닌자가 되려면 어떻게 훈련해야 할까? 케이시의 집 뒷마당에 TV 세트에 버금가는 장애물 코스가 있지는 않았다(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케이시는 그 대신에 ANW의 이전 방송을 연구해서 어떤 기술을 개발할지 결정했다. 그렇게 간추린 것이 바로 속도와 상체 근력, 민첩성, 균형감각, 악력이었다. 이후 자신만의 맨몸 운동 서킷을 짜서 실천했다. 에어 스쿼트, 손끝 풀업, 런지 점프, 플라이오메트릭 푸시업으로 구성된 루틴이었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운동했다.케이시는 “코스를 완주하려면 몸이 가벼워야 한다. 가벼움을 유지하는 데는 고반복 맨몸 서킷 운동이 최고다. 신체 지각력도 향상시키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데 필요한 민첩함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케이시는 인터넷을 샅샅이 뒤진 끝에 ANW와 관련된 홈페이지들을 찾아낼 수 있었고, ‘닌자 공동체’의 일원이 됐다. 이들은 서로 각종 팁과 훈련법, 운동법을 공유했다. 그중에는 연습용 코스를 직접 만든 사람도 있었는데, 케이시는 이런 코스에서 1년 넘게 훈련한 끝에 닌자에 버금가는 기술을 몸에 익혔다. 그리고 2014년에 드디어 대회에 참가할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그 이후의 일은 누구나 아는 그대로다.
심리전얼마 전에 만난 케이시는 카페인을 과다 복용한 치어리더처럼 활력이 넘쳤지만, 그녀가 이렇게 활기를 되찾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14년에 코스를 완주한 후 세계 최고에 올랐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하지만 흥분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이 날 알아봤다. 그런 일은 상상도 못 했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고 싶었지만 유명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깜짝 놀랐다.” 케이시가 말했다. 케이시는 유명세도 치러야 했다. 악플러들의 공격과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감, 사람들의 높아진 기대가 그녀를 짓눌렀다. 2015년 예선에서 실망스럽게 탈락하며 시즌 참가가 좌절되자 케이시는 ANW에 계속 참가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케이시는 “어릴 때부터 체조를 해서 대회의 중압감은 잘 알지만, ANW는 많이 달랐다.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 컸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 수백만 명을 실망시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훈련에 대한 의욕도 상실되고, 흥분도 가라앉고, 실패에 젖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됐다”고 회상했다.SNS와 인터넷의 심술쟁이 악플러들이 쏟아내는 공격도 그녀를 힘들게 했다. “컴퓨터 뒤에 숨어서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다. 부정적 댓글에 흔들리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내 능력을 의심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강해질 뿐이다.” 케이시가 당시의 심정을 털어놓았다.악플러 1명이 공격을 하면 케이시의 팬 10명이 케이시를 응원했다. 팬들은 케이시가 패배했을 때도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케이시는 “팬들은 날 정말 좋아하고 응원해준다. 심지어 내가 패배한 덕분에 인간미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팬도 있다. 모든 것은 심리전이다. 경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곧 내 전부는 아니다. 난 사람들에게 실패해도 멈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나도 그 말에 따라 실패를 딛고 올해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2016년의 훈련 전략마음을 굳게 다잡은 케이시는 올여름에 오클라호마에서 열린 예선전에서 승리를 노렸다. 똑똑한 제작자들이 만든 그 어떤 사악한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아도 모조리 쓰러뜨릴 기세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났을 때도 케이시의 평정심은 눈에 띄었다. ANW 제작진은 완벽한 방송을 위해 요상한 장애물들을 정비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케이시가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방송을 제작하는 NBC 촬영 팀은 ‘스파르탄 레이스’, ‘프로스 vs 조스’, ‘난 일본 예능에서 살아남았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그들이 만든 독창적인 장애물과 높이가 15cm 더 높아진 통곡의 벽을 보고 나니 곧 방영될 ANW의 새 시즌을 절대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시는 이번 주에는 관중으로 경기장을 찾아 동료 선수들을 응원했다. 몇 개월 후에 자신이 뛰어넘어야 할지도 모를 장애물들도 꼼꼼히 살펴봤다. 케이시는 끊임없이 바뀌는 ANW의 코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완벽한 준비란 없다. ANW가 재밌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50명이 도전해서 다 성공하는 코스가 아니다. 참가할 코스를 보고 ‘좋아, 이 정도야 쉽지’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내가 잘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코스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어떤 장애물이 나와도 이겨내려면 몸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적응력도 중요하다.”지난 몇 년간 ANW의 인기는 치솟았고, 케이시는 텍사스 주에 있는 트레이닝 시설인 ‘알파 워리어(alphawarrior.com)’의 공동 소유주가 됐다. 그래서 케이시의 훈련법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훈련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케이시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맨몸 서킷과 모의 장애물 훈련으로 대회를 준비한다.
앞날을 생각하다앞으로 열릴 경기에서 케이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케이시는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우승하는 여성 참가자가 곧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케이시는 “코스에서 보여주는 여성의 능력이 남성을 거의 따라잡았다. 그래서 기쁘다. 제시 그래프, 메건 마틴, 에리카 쿡을 주목하자. 정말 뛰어난 선수들이니 기대해도 좋다. 그들의 경기를 보면 내가 뛰는 것처럼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2014년에 내가 코스를 완주했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여자치고는 잘했네!’ 난 그들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서 화가 났다. ANW에서 남녀 구분이 없어지는 날이 오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된다고 믿으면 된다.”

"참가할 코스를 보고 ‘이 정도야 쉽지’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내가 잘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코스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어떤 장애물이 나와도 이겨내려면 몸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머슬앤맥스큐>2016년 12월호 / 글 라라 맥글라샨(Lara McGlashan, MFA, CPT) 사진 코리 쇠렌센(Cory Sorensen)



